[뉴서울타임스] 낙태문제를 기독교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서 붙들어야 할 핵심 키워드는 ‘생명’과 ‘책임’이다. 태아는 엄연한 생명체이며, 그 생명체를 형성시킨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낙태의 예외 사유를 확대하려는 시도
한국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제한적으로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신체질환이 있거나 강간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다. 또한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됐거나 임신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등이다.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처럼 보건·윤리적인 문제로 불가피하게 낙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적 여성주의자들은 현행 법령의 범위를 허물고 낙태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 희생으로 불편 해소하는 ‘낙태형 사고’
낙태 옹호론자들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들의 주된 요구는 대개 미혼상태에서의 임신, 더 이상 자녀를 원치 않았을 때의 임신, 아이를 낳아 키울 만한 경제력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임신과 출산이 직장생활에 방해되는 경우, 불륜 등에 의한 임신 사실이 공개되면 곤란한 상황일 때 낙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대표는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은 ‘낙태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원인 제공자가 원인의 결과는 책임지지 않고 타인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위기나 불편을 모면하고자 하는 태도를 말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낙태형 사고방식의 대표적 예가 자녀 살해, 영유아 유기, 낙태”라면서 “남녀가 성관계에는 합의했지만 그 결과 생겨난 아기는 책임지는 게 부담스러우니 낙태를 통해 책임을 피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생명의 존엄성 짓밟는 가짜 진보
전문가들은 진정한 진보주의라면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힘써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낙태 합법화에 나서는 대신 낙태 논쟁의 발상을 전환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울산대 교수는 “진정한 여성주의, 진보주의는 보통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수단화하지 않는 비폭력 사회를 지향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진보적 여성주의자들이 적극 반대해야 할 대상은 동성애 비판자가 아니라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태아살인을 허용하자는 낙태 옹호론자”라고 강조했다.
노영상 백석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지금은 출생률의 급격한 저하라는 국가 재앙 앞에서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지 그렇게 낙태를 쉽게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낙태 논쟁의 발상을 전환해 어렵게 낳은 아이라 하더라도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고민하는 게 훨씬 건설적인 논쟁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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