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허용키로 했다. 한국에서도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의 위헌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리 중이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여성민우회 등 진보적 여성단체는 낙태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낙태 합법화 영향으로 낙태죄 폐지 운동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3회에 걸쳐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살해하는 낙태의 당위성 여부를 살펴본다.
생명권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어
낙태 논란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낙태할 수 있는 권리로 이어지는데, 낙태권이란 용어 밑에는 태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잠재의식이 깔려 있다.
낙태 논란의 위험성은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강조할 경우 태아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행복추구권·자기결정권은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낙태옹호론자들은 이를 같은 위치에 놓으려 한다. 행복추구권을 위해 국가가 앞장서 노년층의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와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유사하다.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생명의 문제가 보편화된다면 정치·법적으로 언젠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계와 시민단체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정화 경남미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태아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생명체로 자궁에서 일정 기간 성장한 뒤 출산을 하게 된다”면서 “태아가 모체 안에서 발육하는 기간에는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낙태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낙태행위가 이뤄져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게 뻔하다”면서 “생명체인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단속과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기를 제거하는 게 권리라고?
일부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들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것이 여성의 고유 권리라고 주장한다. 태아가 임신부의 결정 아래 있는 부속물이라는 논리다.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나는 아기 자판기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여성단체의 주장 속엔 태아를 단순 ‘세포덩어리’로 보는 생명 경시 태도가 숨어 있다.
이들 단체는 아일랜드 국민투표의 촉매제가 된 성폭행에 따른 임신, 임신 중 질병에 따른 낙태 등을 낙태죄 폐지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법상 성폭행과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전염성 질환, 산모의 건강 등을 이유로 한 낙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적인 여성단체는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에 임신된 아기를 제거하는 행위까지 포함시키려 한다.
김지연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대표는 “배 속에 있는 태아야말로 억울한 죽음 앞에 저항할 수도 없는 약자 중의 약자”라며 “영아가 저항할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을 살해하는 일에 절대 동조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대표도 “태아는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는 18∼21일부터 이미 심장 박동을 시작한다”며 “그런데도 무책임한 페미니스트들이 자기결정권 논리를 앞세워 배 속의 인격체를 마치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런 잘못된 권리를 인정해준다면 게임에 빠져 3개월 된 아기를 굶겨 죽인 젊은 부부도 아기에 대한 자기결정권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면서 “눈에 보이는 자녀든, 눈에 보이지 않는 배 속의 자녀든 똑같은 자녀”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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