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저는 대학 1학년 때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를 통해 주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저를 말씀으로 훈련해 주시던 분은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분은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씩 저에게 말씀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창세기를 통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구원 사역을 위해 미천한 우리를 사용하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로마서를 통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기독교의 핵심 사상을 배웠습니다. 바울을 보면서 한 사람을 거룩한 제자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도 배웠습니다.
선교사님은 삶의 최고조를 달리던 40대에 장미꽃처럼 펼쳐질 화려한 미래를 포기하고 선교사로 떠나셨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뿌리를 내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내린 뿌리를 뽑아 버리는 사람들입니다.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은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부르신다면 무작정 말씀을 따라 일어서는 것이 신앙입니다. 밝은 미래가 나타나지 않아도, 어떤 보상이 보장되지 않아도, 말씀 앞에 길을 떠나는 것이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
창세기 후반부는 아브람을 부르시는 하나님으로 시작됩니다. 아브람에게 주어진 명령은 떠나라는 말입니다.
75세면 타향에서 지내더라도 고향을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하나님은 안정을 추구해야 할 시기에 아브람을 부르시고 보금자리를 떠나라고 하십니다. 안정된 곳을 버리고 지금까지 내린 뿌리를 뽑으라고 하십니다.
‘보여 줄 땅으로 가라’는 말은 구체적인 방향을 알려주시겠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가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세 가지 약속을 주십니다. 땅과 민족과 축복의 약속입니다. 하지만 땅과 민족과 축복에 대한 약속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이 밟는 땅을 아브람과 그의 자손에게 주겠다고 반복해 약속하십니다. 아브람은 이미 다른 부족이 차지하고 있는 가나안 땅을 빼앗을 길이 아득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아브람에게 큰 민족을 이뤄 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한 명의 자녀도 없는 아브람, 이미 75세인 아브람에게 민족을 이뤄 주시겠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약속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브람에게 축복을 약속하십니다. 아브람을 땅의 모든 민족이 복을 얻는 근원으로 삼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자녀가 부와 힘과 복의 지표로 인정되던 농경과 목축 시기에 단 한 명의 자식도 없다는 사실은 복과 거리가 먼일이었습니다.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
약속하시는 하나님은 또한 반드시 성취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창세기는 아브람에게 주신 약속이 성취되는 과정을 잘 보여 줍니다. 첫째, 하나님이 가나안 땅을 어떻게 허락하십니까. 사실 아브라함이 살아 있을 때 얻은 유일한 땅은 사라가 죽었을 때 헷 족속에게 구입한 막벨라 굴이 전부였습니다.(창 23장)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삭과 야곱의 시대를 지나 요셉이 애굽에 팔려갑니다. 요셉이 총리가 돼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으로 이주합니다. 요셉을 모르는 다른 왕이 등장하고 이스라엘 자손은 400년 종살이 후에 출애굽을 합니다. 모세와 여호수아의 인도로 이스라엘 자손은 가나안 땅을 차지합니다. 인간의 능력이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차지합니다.
두 번째, 아브람을 통해 큰 민족을 이루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한 명의 자식도 없는 아브람에게 이 말은 바다에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말씀도 성취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브람으로부터 이삭이 탄생하고, 이삭으로부터 야곱, 야곱으로부터 열두 아들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 이주할 때 70명이었지만, 애굽 땅을 나올 때는 장정만 60만 명이었습니다.
장정이란 전쟁에사 군사로 싸울 수 있는 남자를 가리킵니다. 여성과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을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었을 것입니다. 하늘의 별같이 거대한 민족이 탄생한 것입니다.
세 번째,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복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아브람은 축복과 저주의 통로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식 하나 없는 아브람은 당시에 누가 봐도 결코 복을 누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약속은 진정한 복의 실체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됩니다.(갈 3:16)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에게 미치는 기쁨의 소식이 온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제시한 세 가지 약속을 이루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초청하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능력과 열심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열심과 사랑으로 우리를 빚으시고 약속을 성취해 가십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자신의 자격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신뢰해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약속하시고 성취하시는 하나님입니다.
류응렬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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