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짧게 휴가 내 여행 가고 싶죠. 그런데 막상 여행 계획을 짜려니 그마저 힘드네요.”
서창희(32·사진) 한사람교회 담임강도사가 사회초년생 성도들에게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렇게 묻는 이유는 교회 사역에 성도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성도들은 대체로 평일엔 오후 9시쯤 집에 들어간다. 게다가 토요일과 주일엔 사역 참여 대신 개인 약속을 잡는 걸 선호했다. 기존 대형교회 사역을 본떠 기획한 교회 사역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다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성도들 삶을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교회를 섬길 시간과 적절한 기회가 없었던 거죠.”
서 강도사가 젊은 성도를 대상으로 여행과 섬김을 결합한 ‘한사람태그’를 시작한 이유다. 최근 출간된 ‘회복하는 교회’(생명의말씀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형태의 사역으로 이 사역을 소개했다. 서 강도사를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즐거움과 의미, 동시에 잡는 사역
한사람교회는 서 강도사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2016년 설립됐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기업 재무팀에서 3년간 일하던 중 목회 소명을 확인하고 신대원에 진학했다. 교회 개척은 별개 문제였다. 다만 대학교와 군대, 직장에서 전도한 이들이 맘에 걸렸다. “기존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다 보면 전도한 친구를 전담하긴 힘들겠더라고요. 고민하던 중 주변에서 개척을 권유해, 전도한 영혼부터 잘 섬기자는 마음으로 교회를 세웠습니다.”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를 빌려 시작한 교회엔 점차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 현재는 성도 70여명이 모인다. 대부분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혼과 취업, 내 집 마련 등의 문제에 한계를 느끼는 현실 속에 신앙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주로 궁금해 했다. 직장 생활을 경험한 서 강도사는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서 젊은 성도의 고민에 맞춰 설교했고, 사역도 이들의 상황과 필요에 맞췄다. 한사람태그가 대표적이다.
한사람태그는 누가복음 10장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서 착안했다. 사마리아인은 강도당한 이웃을 여행 중에 만났다. 현대 기독교인도 여행 중 어려운 이웃을 돕지 못할 건 없다고 봤다. 서 강도사는 지난해 겨울 2박 3일간 제주도 관광지와 맛집을 다니면서 동시에 미혼모시설인 제주 애서원을 찾아 그곳의 송년회 행사를 돕는 한사람태그 첫 행사를 기획했다. 숙박비와 식대는 교회가 일정 부분 감당하고, 사역비는 모두 성도들의 회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선교나 봉사 가자고 할 땐 고민하던 청년들이 한사람태그엔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교회로서도 이웃 섬김과 공동체 훈련, 심방과 선교를 한 번에 이루는 기적을 맛봤습니다.”
올해 한사람태그 목적지는 부산으로 정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진행할 계획이다.
성도들이 송년회에서 펼친 인형극 장면. 한사람교회 제공
원하는 곳에, 제대로 된 나눔을
매년 연말 구제 사역을 위한 ‘팀 단위 프레젠테이션(PT)’도 청년 성도들의 눈높이에 맞춰 도입했다. 자기가 낸 헌금이 교회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혹은 원하는 곳에 헌금을 후원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성도들이 적지 않아서다. 아예 서 강도사는 성도 10명 이하로 팀을 꾸린 뒤, 돕고 싶은 곳과 필요 예산을 직접 제안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팀 단위 PT를 하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잖게 쏟아졌다. ‘가난한 공무원시험 수험생 무료 이사’ ‘구청과 연계해 한부모 가정 자녀 장학금 기증’ ‘싱글맘 가족사진 찍어주기’…. 이들 중 싱글맘 가족사진 아이디어는 ‘한사람 사진관’이란 이름으로 사역이 확장됐다. 한부모 가정 자녀 장학금 역시 지금까지 진행되는 사역이다.
성도의 십일조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공개하는 ‘십일조 이야기’도 그가 신경 쓰는 사역 중 하나다. 직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성도가 삶의 전부를 드린다는 마음으로 낸 십일조인 만큼, 뜻있게 사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교회는 십일조 헌금을 구제나 선교·장학 용도로 사용할 경우, 지출을 결의하게 된 상세한 배경을 담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한국교회와 협력하는 젊은 교회
한사람교회는 얼마 전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의 도움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교회는 카페에 이어 음악연습실을 대여해 예배를 드렸는데, 지난해 12월 건물주가 ‘교회는 대관이 어렵다’고 통보해 한순간에 예배 터전을 잃었다. 이 소식을 접한 서울광염교회는 인근에 새 예배 장소를 물색해 주고, 2년 치 월세와 교회 차량을 지원했다.
교회는 올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지역 미자립교회에 헌금을 전달했다. 형편이 완전히 나아진 건 아니지만, 공동체적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교회를 돕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가운데 어려운 교회를 어떻게든 방관치 않고 돌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본질을 잃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복음을 전하며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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