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원더풀 라이딩 클럽’(WRC) 회원들이 탄 자전거가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 봉안터널로 하나둘 들어섰다.
“언덕을 떠나서 창파에 배 띄워 내 주 예수 은혜의 바다로 네 맘껏 저어가라.” 정성모 신행교회 목사가 부르는 찬송가 302장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의 후렴구가 터널 안에 울려 퍼졌다. 260m 길이의 짧은 터널이었지만, 울림은 길고도 컸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자 길게 뻗은 남한강 자전거길 옆으로 한강이 펼쳐졌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자 회원들이 감탄사를 뱉었다. 기자와 나란히 달리던 김광선 마천세계로교회 목사가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서 주님 지으신 세계를 보면 찬양과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면서 “달리며 묵상할 수 있다는 게 자전거 라이딩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WRC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목회하는 12명의 목회자가 참여한다. 소속 교단은 서로 다르지만, 지난해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아프리카 잠비아에 다녀온 뒤 동호회를 만들었다.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61세다. 이들의 자전거에는 ‘페달 어시스트 시스템’(PAS) 방식의 모터가 달려 있다. 언덕을 쉽게 오르기 위해서다. 시속 25㎞를 넘지 않도록 성능이 제한돼 있어 한강 자전거길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WRC 회원들이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모습. 신석현 인턴기자
회원들은 이날 성내천 한강 합류부를 출발해 양평역까지 왕복 120㎞를 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모이지 않던 회원들은 오랜만에 정기 라이딩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이들은 라이딩을 통해 모금도 한다. WRC는 내년에 잠비아 충고의 바나카일라 초등학교에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이미 6700만원을 모았다. 박영순 하늘산성교회 목사는 “3300만원만 더 모으면 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며 경과를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잠비아 바나카일라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아이들이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에서 공부하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새 학교를 지어주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마침 캐나다 월드비전 라이딩팀도 만났어요. 자전거를 타며 모금을 하더군요. 그걸 본떠 WRC를 만든 겁니다.”
마침 김 목사가 자전거 애호가였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분해하는 게 취미였던 그는 회원들의 몸에 맞는 자전거를 일일이 조립해줬다. 모터도 그의 손을 거쳐 자전거에 장착됐다.
회원들 대부분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만, 금세 라이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몇몇 목회자는 좋지 않던 건강도 회복했다.
강종안 참빛교회 목사는 “100m만 걸어도 숨이 가빴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하루 100㎞씩 자전거를 타도 거뜬하다”면서 “라이딩 덕분에 활기차게 목회할 수 있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양수역 앞의 한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회원들은 부족한 기금을 모을 방법을 논의했다. 10분 정도 토의 끝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대로 라이딩 1㎞당 일정액을 적립하는 캠페인을 하기로 했다. 회원들뿐 아니라 라이딩에 관심 있는 교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양평 라이딩에 동행한 전재현 월드비전 서울남지부장은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초교파 목회자 라이딩 클럽이 전국 각지에 더 많이 만들어져 운동하면서 모금도 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평=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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