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최진선 기자 = “어쩌면 막차마저 놓친 자 같은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청춘을 고스란히 뒤주에 갇힌 자처럼 답답하고 넌더리가 나게 고생을 한 올해 팔순을 맞은 아내에게 바칩니다.”
“사랑행전” 장편소설을 집필한 김선기 작가가 팔순 아내에게 서곡처럼 사랑을 온 몸과 마음으로 바치는 말과 글이다.
13일 토요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문학과 의식”에서 2020년 계간 문학과 의식 장편 공모 신인문학상 당선작 “사랑행전”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었다. 문학과 의식은 국내외 작가들의 소설, 시, 수필, 희곡 등을 소개하는 계간지이다. 안혜숙 발행인은 세계 300여 개 도시 700여 한인 작가가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한인작가연합(The World Association of Korean Writers)”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학과 의식이 이번에 발간한 신간 '사랑행전(行傳)'은 한민족의 해방 전후사를 거쳐, 60~70년대의 불운한 가족사와 그 가운데 군에 입대한 훈련병과 간호장교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당선작 김 작가의 '사랑행전'은 포스트 코로나(COVID-19) 팬데믹 위기에 빠져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멀어진 거리를 이 책을 통해 좁히고, 지구촌 시민과 문학 작가들에게 C-19 이후에 펼쳐질 세상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좌측 전주에서 34년간 목회를 하고 은퇴(호남교회)한 김선기 목사. 사진 최진선
이번 문학과 의식에 공모작 심사를 한 심사위원 김선주(문학평론가), 안혜숙(소설가), 정소성(소설가)은 “사랑행전” 당선적에 대한 심사평에서 “찬양과 헌화의 세계를 밀도 있는 서사와 깊은 사유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글쓴이는 한 인간을 향한 한 인간의 진실하고 투철한 찬양을 통해 죽음이란 필연의 세계에 나타난 진정한 헌화의 의미를 묻고 있다.
누군가를 혹은 사랑하는 자를 추도한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부활과도 닮았고, 이상향의 실현 불가능성을 파기시킨다. 진실한 사랑에 동참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은 부활할 수 있고 이상향에 닿으리라. 김선기 당선자의 “지붕까지 잡초가 무성”한 배고픔과 허무의 세계에서 진실한 찬양과 헌화의 사랑, 다시 말해 어떤 허영도 전략도 존재치 않는 투명한 사랑의 스토리텔링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작품에서 작중 인물이 말했듯, 다이아몬드가 여무는 과정처럼 지고의 세월 속에서 강도 높은 순결성을 지니게 되는 사랑이 진지한 인간학의 계기를 만들 것이다.”라고 평했다.
“사랑하는 자를 추도하는 것은 부활과도 닮았고, 모든 고난이 해원으로 바뀔 만큼 진실한 힘을 도래시킨다. 진실한 사랑에 동참한 자는 누구라도 부활할 수 있고, 이상향에 닿으리라. 사랑을 닮은 무결점의 “다이아몬드”가 이 소설에 가득히 쌓여 “사랑탑”을 이루었다.“라고 김선주(문학평론가, 건국대 교수 )는 서평했다.
김 작가의 말 중에서 “너, 그냥 갈래?” 이 말이 무엇을 시비하는지 나는 안다. 내 삶의 전반부를 따지자는 것이다. 헤집어 보면 칡즙 같은 눈물로 범벅이나 된 채, 이제는 굳어 사랑탑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그 내력을 엮어보라는 것이다.
2년 남짓 잠을 설치다가 어떤 이들의 가슴팍을 싸하게 긋고도 싶고, 콧등을 시큰하게 건드려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흔여덟에 시작해서 여든둘에 끝냈으니 햇수로는 얼추 4년이 걸렸다. 시력은 바닥을 쳐 교정시력이 겨우 0.2이니 앞으로 노트북 판독이 걱정이다. 그런 거니 오직 하나님의 은혜다.
노 산물인 “사랑행전”은 외수 없이 수세미 같았던 내 청춘의 우듬지를 시방 팔순을 넘겨 사는 할배(할아버지)의 손으로 곱게 빗어 베를 짜듯 땋아 내린 댕기머리 같은 거다. 나는 그 댕기머리 같은 “사랑행전”을 그네에 앉혀 띄우는 마음으로 롱펠로우의 시 ‘화살과 노래’에 얹어 세상에 내놓으려고 한다. 김 작가는 그렇게 말했다.
본문에는 “어느 날 무심코 길을 걷는데,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이 나를 사로잡고 놓아 주지 않을 때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그 꽃은 중원 씨의 몸 안에 있었던 수분이 피운 꽃일 테니까요. 어느 날 무심히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해바라기만 한 꽃구름이 떠 있거들랑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그 꽃구름은 중원 씨의 몸 안에 있었던 수분이 빚은 작품일 테니까요.”
- 본문 235p
수현 씨, 나는 태어날 때 그림자가 없었습니다. 그림자가 없었으니 유령과 같은 존재였지요. 존재감이라는 것을 따지고 살아갈 만한 건덕지가 없었답니다. 그림자는 실체가 있다는 증거지요. 그런데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림자가 없었으니 존재를 거부당한 잉여 인간 같은 것이었지요. 그런 내게도 언제부턴가 그림자가 생겼답니다. 내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밀착 동행하는 그림자 말입니다. 그 때가 언제인 줄 아십니까? 수현 씨를 만날 때부터랍니다. 수현 씨를 만나고 사랑할 때부터 내게도 그림자가 생겼답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어머니 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준다. 연좌제라는 비운의 가문을 한 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어머니의 모성적 사랑, 급기야 신앙으로 이어가는 설정이나 대사는 절절하게 와닿는다. 또한, 책머리에 간호 영관장교 출신으로, 팔순에 접어든 아내에게 바친다는 진솔한 고백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문학과 의식"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 사진 최진선
김선기 작가
전주에서 34년간 목회를 하고 은퇴(호남교회)한 목사
성결교신학대학원 교수 외 외래교수, 객원교수
성결신학, 감신대학선교교육원, 킹스웨이신학대학원, 히브리대학교INSTITUTE, 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원, 이벤젤크리스천 신학대학원
저서 _
설교와 컬럼 모음집 『울어야 삼킨다』
신앙에세이집 『노컷 하늘 드라마 』
박사논문 『성결과 인간성과의 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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