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고대근동지역은 대부분의 사막지역이거나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먼지가 많다. 현대인처럼 발을 모두 두른 신이 아닌 샌들을 신었기 때문에 집 밖을 다니는 것은 곧 발을 더럽히는 행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손과 발을 씻었다. 식사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손발을 씻었다. 발을 씻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행위였으며, 손님에게 발 씻지 않을 물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무례한 것이었다. 성경 안에서 발을 씻는 행위과 관련된 사건들을 살펴보자.
천사들을 영접한 아브라함
창세기 18장으로 가면 아브라함이 천사들을 영접하는 장면 가운데 물을 가져와 나그네들에게 주며 발을 씻으라고 권한다.(창 18:4) 고대근동 지방에서 물은 귀한 것이다.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흔하디흔한 물이 아니다. 항아리도 잘 없었고, 가죽부대에 담긴 물도 귀해 누구에게 함부로 주지 않는다. 아브라함이 이삭의 아내를 얻기 위해 하란에 종을 보낸다. 이때 라반이 그 사람과 동행자들에게 물을 주어 발을 씻도록 한다.(창 24:32) 요셉도 자신을 속이고 형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발을 씻도록 물을 준다.(창 43:24) 이처럼 고대근동에서 손님에게 발 씻을 물을 주는 행위는 일종의 환대이다.
창 18:4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에서 쉬소서
창 24:32 그 사람이 그 집으로 들어가매 라반이 낙타의 짐을 부리고 짚과 사료를 낙타에게 주고 그 사람의 발과 그의 동행자들의 발 씻을 물을 주고
창 43:24 그들을 요셉의 집으로 인도하고 물을 주어 발을 씻게 하며 그들의 나귀에게 먹이를 주더라
그런데 복음서로 가면 예수님을 초대해 놓고 발 씻을 물을 주지 않은 ‘시몬’이 등장한다. 바리새인이었던 시몬은 예수님을 집으로 모셔 놓고 발 씻을 물을 주지 않으면서 마리아가 향유와 눈물로 발을 씻는 것에 격분한다. 이때 예수님은 시몬을 책망하며 마리아를 칭송하신다.(눅 7:44) 시몬은 예수님을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일절 없었음을 말해주는 본문이다. 그는 예수님을 철저히 무시했으며, 시험했던 것이다.
눅 7:44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시되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올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닦았으며
발을 씻는 겸손의 행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발을 씻지만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종이 발을 씻도록 했다. 성경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종으로 하여금 발을 씻기도록 한 것 같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밤에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는 세족식을 거행하신다. 발을 씻기신 다음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요 13:14)라고 말씀하신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과부의 명단에 올릴 자의 자격에 나그네를 대접하고 성도들의 발을 씻기는 것을 포함시킨다.
요 13: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딤전 5:10 선한 행실의 증거가 있어 혹은 자녀를 양육하며 혹은 나그네를 대접하며 혹은 성도들의 발을 씻으며 혹은 환난 당한 자들을 구제하며 혹은 모든 선한 일을 행한 자라야 할 것이요
다윗의 부인이 될 아비가일은 남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온 집안이 몰살 위기에 닥친다. 이때 아비가일은 다윗을 찾아가 자신을 ‘내 주의 전령들의 발 씻길 종’(삼상 25:41)으로 묘사한다. 발을 씻는 사람은 종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섬기는 차원에서 하는 것입니다.
삼상 25:41 아비가일이 일어나 몸을 굽혀 얼굴을 땅에 대고 이르되 내 주의 여종은 내 주의 전령들의 발 씻길 종이니이다 하고
쉼과 안식으로서의 발 씻음
‘발을 씻다’는 다는 것은 세속과의 관계를 끊는 것인 동시에 쉼과 안식을 의미한다.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뒤 우리아를 전장(戰場)에서 불러들여 노고를 치하한 다음을 ‘네 집으로 내려가서 발을 씻으라’(삼하 11:8)고 말한다. 우리아가 아내인 밧세바와 취침을 하여 다윗의 범죄를 숨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충직한 우리아는 동료들은 전장에서 수고하고 있는데 자신만 쉬려고 하지 않았다.
삼하 11:8 그가 또 우리아에게 이르되 네 집으로 내려가서 발을 씻으라 하니 우리아가 왕궁에서 나가매 왕의 음식물이 뒤따라 가니라
죄를 씻는 행위로서의 발 씻음
발을 씻는 행위는 정결법의 일종이다. 외출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손과 발을 씻는 것은 세속의 때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종의 상징적 종교의례이다. 유대인들은 이것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자 베드로가 안 씻어도 된다고 하자 만약 그렇게 한다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요 13:8)다고 선언하신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뿐 아니라 온 몸을 씻겨 달라고 한다. 그 때 예수님은 이미 몸은 씻었으니 발만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곳에서 발은 매일 삶에서 지은 일상의 죄이며, 온 몸은 예수님의 대속사역으로 믿는 회심의 사건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요 13:8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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