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벌써 10년 전이다. 스무 살 청년은 연애가 너무도 하고 싶었다. 언젠가 만나게 될 짝을 생각하며 습작처럼 마음 가는 대로 곡을 썼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상대를 꿈꾸며 기도하고 기다리자는 노랫말이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빌려 왔지만, 청년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복유(30)씨의 CCM ‘잇쉬가 잇샤에게’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잇쉬’는 히브리어로 남성, ‘잇샤’는 여성이다. ‘잇쉬가 잇샤에게’는 ‘남자가 여자에게’ ‘아담이 하와에게’ 정도의 뜻이다. 습작처럼 쓰인 노래는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세레나데가 됐다. 기독교 결혼예식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축가다. 교회 청년들 사이에선 유리상자의 ‘신부에게’보다 유명하다. 김씨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잇쉬가 잇샤에게’라는 곡을 20대 초반에 썼는데.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CM ‘잇쉬가 잇샤에게’에 얽힌 뒷이야기하고 있는 김복유씨. 강민석 선임기자
“어렸을 적 다니던 교회는 엄격했다. 하나님께 집중하도록 대학부 때까지 연애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연애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담았다. 곡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예비해주신 짝을 기다리는 내용, 두 번째는 짝을 만나는 내용, 세 번째는 함께 결혼식장에 서는 내용이다. 가장 먼저 쓴 건 세 번째 파트다. 당시 교회 중·고등부 선생님 두 분이 결혼했는데 결혼식 축가로 만들었다. 그 뒤에 솔로의 한을 담아 첫 번째 파트를 썼고, 두 번째 파트는 가장 나중에 만들었다. 그리고 그해 교회 송구영신예배 때 하나로 합쳐 부른 게 지금의 ‘잇쉬가 잇샤에게’가 됐다.”
-제목이 낯선 히브리어다.
“당시 우리 교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있었다. 강사분들이 히브리어를 함께 알려주셨다. 그때 ‘잇쉬’라는 단어를 배웠던 것 같다. 우리말로 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의 감동에 따라 ‘잇쉬가 잇샤에게’로 정했다. 사실 처음엔 ‘잇쉬와 잇샤처럼’이었다. 그러다 ‘잇쉬가 잇샤에게, 잇샤가 잇쉬에게’로 했다가 너무 길어서 줄였다. 나중에 이곡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줘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뒤를 자르고 ‘남자가 여자에게’ 부분만 남겼다.”
김씨는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식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를 직접 불렀다. 원래 김씨는 콘서트나 행사 때 ‘그댈 기다리오’로 시작하는 첫 번째 부분만 부르지만, 이날만큼은 ‘그댈 기다렸소’로 시작하는 두 번째 부분도 불렀다.
지난해 6월 대전에서 진행한 월간콘서트 때 관객들과 찍은 사진. 김복유씨 제공
-특별히 애착 가는 부분은.
“첫 번째 파트가 좋다. ‘행복을 연습하겠소’라는 가사가 있다. 목사님 사모님이셨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시더라. 지금 현재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행복을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다. 뭔가 깨달음을 얻고 가사를 썼는데 지금도 너무나 공감되는 말씀이다. 전 오랫동안 ‘모태 솔로’로 있어서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아내가 생기면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못했던 걸 다 부어주겠다’ 그런 마음이었다.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면 자연스레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 행복도 연습해야 하는 거더라. 또 하나 세 번째 파트에 ‘지금 난 배워가오’라는 가사도 좋다. 10년 전 쓴 가사지만 배워간다는 말이 요즘 더 와닿는다. 모난 사람들이 만나서 깎여 가는 것처럼 서툴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지금도 배워가고 있다.”
-행복을 어떻게 연습하고 있나.
“눈감아 주는 걸 연습한다. 최근 출연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입양하신 분 얘길 들었다. 그분이 처음에는 아이가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고쳐주고 바꿔주려고 했다더라. 그런데 요즘은 눈감아 주는 걸 연습한다고 하더라. 자신의 엄마는 얼마나 많이 눈감아 주셨을까 생각하면서. 물론 정말 잘못된 것은 고쳐주는 게 필요하지만, 그분이 강조했던 건 이해해 주는 거였다. 제가 좀 율법적이고 강박적인 게 있어서 조금이라도 잘 안 맞으면 그 자리에서 교정해주고 그랬다. 그게 진짜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눈감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다리던 짝을 만났다. 만나길 기대하는 분이 또 있나.
“예수님을 만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두막’이란 책을 좋아한다. 주인공 맥과 함께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이 등장한다. 맥이 식탁에서 예수님한테 소금 건네 달라고 하고 그런다. 저 식탁에 꼭 앉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거기 껴서 얘기 나눠 보고 싶다. 만나면 그냥 울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매력적인 예수님을 잘 소개하고 싶다. 어중간한 게 제일 애매하다. 공연할 때 만나는 분 중 어떤 분은 가사를 적당히 포괄적으로 써야 한다며 주님 얘기가 들어가면 모두를 포용하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예수님이 제대로 드러나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분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아까 소개할 때 ‘성경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 김복유입니다’라고 했다가 ‘예수님을 잘 전하고 싶은 김복유입니다’라고 바꾼 것도 이런 마음에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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