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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나르고 부상자 간호 5·18 숨은 주역 강진읍교회

윤기석 목사 “신앙의 힘으로 용기” 경찰 위협에도 교인·주민들 합심

등록일 2020년05월18일 15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윤기석 목사(앞줄 왼쪽 여섯 번째)가 1980년 11월 광주로 임지를 옮기기 전 강진읍교회 교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진읍교회 제공

[뉴서울타임스] “새벽 1시 남도여관에서 전화가 왔다. 학생 80여명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치고 있으니 밥이 있으면 달라는 거였다. 교회에서 자고 있던 부인회원 2명과 함께 여관으로 가 밥 120덩이를 나눠줬다. 아침도 우리가 해야 하겠기에 6시 30분에 여관에 가보니 그때까지 자고 있었다.”

1980년 5월 23일 윤기석(1931~1997) 목사가 쓴 일기다. 윤 목사는 당시 전남 강진군 강진읍교회 담임목사였다. 같은 달 18일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운동의 열기는 남쪽으로 80㎞쯤 떨어진 강진까지 전해졌다.

남도여관에 있던 학생들은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전남 일대를 순회하던 중이었다. 강진에서도 자발적인 시위대가 조직돼 작은 마을이 무장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인들은 22일 아침부터 시위대를 위해 밥을 지었다.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금세 배가 고팠다. 새벽에 여관에 넣어준 밥은 야식이었다. 강진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시위대에 편의를 제공한 주민들 색출에 나섰지만, 교회는 굴하지 않았다.

김유웅(85) 장로는 17일 “신군부의 광기가 전국을 뒤덮고 있어 두려웠지만, 신앙의 힘으로 용기를 냈다”면서 “시위대가 밥을 굶고 있어 교인들이 나섰다. 공터에 가마솥을 걸고 시위대에게 밥을 지어 먹였다”고 회상했다.

김 장로는 윤 목사와 함께 경찰서를 항의방문해 밥 먹이는 걸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시위대에게는 결코 약탈을 해선 안된다고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김 장로는 “학생들이 무장했으니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면서 “시위대 대표를 만나 절대 약탈하지 말고 배고프면 교회로 오라고 했다. 좋은 일을 위해 모였으니 과정도 선해야 한다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교인과 힘을 합쳤다. 윤 목사의 리더십이 협력을 끌어낸 동력이었다. 75년 강진읍교회에 부임한 윤 목사는 76년과 79년 시국사건을 주도하면서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80년 5월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 장로는 “윤 목사의 지휘에 따라 마을 청년회는 땔감을 구해오고 주민들은 쌀을 내줬으며 권사님들은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었다”고 했다.

시위대에게 밥을 해 준 건 이틀간이었다. 23일 오후 시위대는 전남 각지로 흩어졌다. 하지만 이내 비보가 들려왔다. 해남으로 향했던 학생들이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강진으로 돌아왔는데 부상자가 많았다.

김 장로는 “관통상을 입은 학생 6명이 트럭에 짐처럼 실려 있었다”면서 “강진의료원에 입원한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교인들이 달려갔다. 피범벅된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떠먹이며 퇴원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일로 교회도 고초를 겪었다. 윤 목사는 80년 11월 광주로 임지를 옮겨야 했다. 교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1913년 설립된 교회 연혁을 보면 투옥과 구속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온다.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은 교회의 전통과도 같다.

전남도는 지난 11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강진읍교회를 5·18 사적지로 지정했다. 윤 목사를 중심으로 많은 교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화운동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했다.

박종화 강진읍교회 목사는 “1919년 4월 4일 강진만세운동도 교인들이 주도했고 72년 유신독재 때도 불의에 항거하다 중직자 여럿이 끌려가 고문당했다”면서 “107년간 신앙 선배들이 지켜온 정신을 계승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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