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사람들은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랑 신부 두 사람의 마음이므로 결혼식 자체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례식도 받는 이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지 절차는 아무래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결혼식 손님들은 두 사람의 마음보다 분위기가 유쾌한지, 식사 질이 어떤지를 논한다.
믿기만 하면 어떤 그릇에 담아도 좋다는 오해 가운데 세례는 바른 자리를 잃었다. 한동안 한국교회 일부는 특별 집회에 참여해 인도자의 안내에 따라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접기도를 하는 게 진정한 회심인 것처럼 여겼다. 세례는 이후 각자 교회에 가서 받는 확인도장 같은 것이었다. 이런 흐름은 지나간 듯 보이나 세례가 본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건 여전한 것 같다.
윌리엄 윌리몬의 ‘기억하라, 네가 누구인지를’(정다운 옮김/비아)은 주님이 제정한 성사보다 담임목사의 프로그램이 최우선순위를 차지했던 한국교회에서 세례가 바른 자리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책은 교회사와 정통 교리에 단단하게 토대를 둔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어내 세례교육에 적합하다. 전통 교리 중심으로 세례교육을 할 때 피교육자가 딱딱하고 지루해했다면, 이 책이 보조교재로서 그사이를 메워줄 것이다. 성도에게 속성으로 세례를 베풀고, 이들을 얼른 봉사자로 세워 성도들의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교회에선 이 책으로 놓쳤던 것을 되짚을 수 있을 것이다. 가정교회나 개척교회 등에서 기초를 단단하게 세우고자 할 때, 초신자뿐 아니라 전 성도의 믿음을 점검하는 데도 유용하겠다. 특히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는 유아세례와 자녀 양육에 좋은 길잡이가 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세간에 오르내렸다. 이들은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10만이 넘는 신자를 포섭했다. 이들 중 다수는 청년이다. 집요한 포섭 전략이 있다 하더라도 그 핵심에 긴 성경 교육과정이 있음을 생각하면 의아하다. 잘못된 교리를 교묘하게 세뇌했다 치더라도 성경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틀림없다.
그동안 적지 않은 교회가 청년을 끌어당기기 위해 불편하고 진지한 접근은 배제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신천지에 빠질 뻔한 청년과 오랜 기간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대화 중 청년이 진리에 목마르다는 걸 깨달았다. 교회가 청년에게 괜찮은 느낌을 주는 것만 신경 쓰다가 진리에 목마른 이를 놓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기독교가 던지는 질문은 불편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주님은 묻는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사람들은 외면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의 답을 듣고자 한다. 저자는 풍부한 경험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이 질문을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돕는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이 책을 통해 교회의 정체성이 모임 빈도수에 있는 게 아니라, 언약에 있음에 위로를 얻기 바란다. 전염병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경제침체나 카드빚, 무지나 오해, 질병이나 죽음, 그 무엇도 세례로 맺은 언약을 깨뜨릴 수 없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이 책을 읽으며 세례가 삶에 주어진 가장 값진 선물이었음을 깨닫고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이미 나를 안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에 감사하길 바란다.
조윤 목사(전 해군교육사령부 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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