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214개 한자 부수 중 13번째 여덟 ‘팔(八)’자는 숫자 8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분리된 양손의 모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팔(八)자에 칼(刀)을 더하면 나눌 ‘분(分)’이 된다. 칼로 둘을 나눈 형태다. 이 칼은 우리 사회와 민족을 분열시키는 다양한 갈등 요인에 적용할 수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이 칼이 존재한다. 특히 강단에서의 설교가 특정 이념을 편들었을 때 교회 공동체는 즉시 분열과 갈등에 휩싸인다. 설교가 교회를 갈라지게 하는 칼이 되는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다양한 의견들이 목회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의견을 모았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패배는 적극 지지자들, 소위 말하는 태극기 부대에 젖은 지도부의 패착이었다고 진단하고, 말 없는 다수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 밝히는 이들과 더 가까웠고 거기에 맞춘 정치를 하다 대중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를 설교에 빗대 “설교학 실습에서 학생들에게 ‘아멘’에 중독되지 말라 가르친다. 설교를 과격하게 하면 아멘이 세게 나온다. 설교단 앞줄 반응이 설교자에겐 힘이 되지만 지나치면 과하게 만든다”며 “설교자는 항상 자신의 이야기가 합리적인지, 다수의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자신의 말이 아내와 자녀가 뭐라고 하지 않을지까지 고려해 상식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교회의 추락이 예상된다. 일부 교회 지도자급 원로들이 극우 소리를 대변했다. 이는 믿지 않는 다음세대를 스스로 막아서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넘사벽을 만들고 말았다”며 “교회로부터 등 돌린 세대를 다시 돌리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다음세대 사역은 더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이 목사는 “교회는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독교 내부의 극우나 극좌파 발언들은 한국교회에 치명적 전도의 걸림돌이 됐다”며 “(목회자들이)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정치적 훈수를 두려하기보다는 끝까지 하나님께만 붙어 있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기독자유통일당이 2% 지지율도 미치지 못한 점을 예로 들며 “이는 기독교인은 균형 잡힌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증거”라며 “교회는 민심을 읽고 선교적 마인드로 목회를 하자. 목회자는 내부적 사고에 갇혀있기보다는 외부자 시선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대를 해석해 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총선 개표 방송 중 한 방송사가 돈과 화려한 CG기술 대신 흰색 전지에 후보자를 소개한 차트의 사용례와 전문가들의 족집게 분석을 언급했다. 김 목사는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여기서 배워야 한다. 돈과 시스템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게으르고 창의력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수단과 방법으로 교회를 운영하다 세상의 노예가 되고 그들의 밥이 된 것이다. 교회는 이제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오름교회 최낙중 목사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는 진보주의나 좋은 전통을 잇는 보수주의, 둘 중 하나가 대안이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며 “유일한 대안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정치권을 향해 권면했다. 그는 “이겼다고 국민 얕잡아보면 큰코다친다. 국민은 영악하다. 권력이란 생물처럼 나들목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며 “다툼으로 나라를 피멍 들게 하지 말라. 이긴 사람은 겸허하게 낮추고 진 사람은 자아 돌봄의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조언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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