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누군가 나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말하면서 성경공부를 권유한 적이 있습니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여덟 시대로 구분돼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나요’ ‘창조 역사를 비유로 해석하며 아담 전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내용을 개역한글 성경으로 공부한 적이 있습니까.’
이런 경험이 있는 교인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포교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직무대행 윤보환)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가 최근 ‘사이비 신천지 접근 확인용 설문지’를 제작해 교단 산하 교회에 배포했다. 설문은 전체 11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설문 중에는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누군가를 ‘상담사, 선교사, 목사, 교수, 사모, 영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소개받고 성경공부를 하자는 제안까지 받았는가’ ‘교회 밖에서 영성훈련, 기도, 성경공부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를 출석 교회에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가’ 등이다.
이대위가 설문지를 만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미혹된 교인을 초기에 발견해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대위는 교인들의 제보와 이단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해 새로운 내용의 설문지를 추가로 제작할 예정이다.
황건구 이대위 위원장은 20일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이후 신천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교회가 참고할 자료는 부족하다”면서 “설문지를 통해 신천지 포교에 노출된 교인을 구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신천지 탈퇴자들이 기성교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천지에 미혹된 교인을 빼낼 때도 ‘구출 골든타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윤석 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은 “기감 이대위의 설문지가 평범해 보여도 구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라면서 “신천지 신도가 교인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초창기가 골든타임이다. 둘 사이에 인간적 관계가 맺어지면 빼내는 게 까다로워진다”고 했다. 이어 “골든타임에는 이런 기본적인 질문만으로도 포교 대상인 교인을 빼낼 수 있고 교회에 들어온 추수꾼도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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