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식 종교기획부장
[뉴서울타임스] 나라를 위한 기도 모임 ‘말씀과 순명’이 15일 기도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등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교계 원로와 중견 목회자들은 지난 2월 12일 서울 양재온누리교회에서 첫 기도회를 가졌다. 이후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10주간 기도회를 개최해 왔다.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와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 이철 목사(강릉중앙감리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김명기 목사(국민일보목회자포럼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첫날 설교자로 나선 홍정길 목사가 전한 메시지가 파문을 일으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선거 이후의 포부를 말하면서 제시한 것들은 다 사회주의 정책이었다고 꼬집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지금까지 악전고투하면서 여기까지 발전시켜 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체제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체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발언한 내용이 불을 붙였다.
두 번째 기도회에선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장로회 출신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원로)가 화살을 날렸다. 기장 총회장을 지낸 전 목사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광화문광장 집회에 나선 이들을 비판했다. 전 목사는 지금 한국사회는 해방 정국보다는 덜하지만 초갈등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이 복을 주셔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교회가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몸집에 합당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세상을 구원할 책임이 있는데 이 모습을 잃어버렸고, 세상 사람이 보기에 이기주의적 종교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난감한 지경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월 26일 세 번째 기도회는 모이지 않고 각자 있는 곳에서 기도하는 등 중단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모임은 중단되지 않고 남서울교회 선한목자교회 성락성결교회 종교감리교회를 거쳐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지막 열 번째 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가 더 큰 걱정이라며 한국교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며 그동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기독교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교회들이 더 이상 몸집을 불리지 말고 지역사회와 작은교회들을 섬기며 시민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기도회는 끝났지만, 말씀과 순명의 발걸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교회 주변의 중소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난 12일 부활주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50일간 공감소비운동을 펴고 있다. 25개 도시, 84개 교회가 상품권을 발행해 교인들이 주변의 상가나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산 물품을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공감소비운동이 과거 ‘서해안 살리기’처럼 범사회 캠페인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역대급 참패로 막을 내렸다. 결과에 따라 축하하고 위로할 일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제부터 여야 정파의 승패, 특정인의 당락과 관계없이 예배와 일상생활의 회복을 위해 기도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기도 모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예정된 기도회는 끝났지만 다음 주 22일 인천 주안장로교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 ‘일사각오’로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손자 주승중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라 기대가 크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말씀과 순명’이 목회자들의 연합 기도 모임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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