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성경 시대 사람들에게 '올리브'는 포도, 무화과, 밀과 보리, 석류, 대추야자와 더불어 축복받은 일곱 가지 식물 중 하나였다(신 8:7~10). 올리브는 '영광과 아름다움', 올리브 기름은 하나님의 넘치는 '축복과 기쁨', 올리브 잎은 '평화와 화해'를 상징한다. 방주 안에 있던 노아에게 비둘기가 가져다준 것도 올리브 잎이었다(창 8:11). 흥미로운 사실은 올리브를 한자로 번역한 이름이 '감람(橄欖)'이며 한글 성경에 나오는 감람나무가 올리브나무란 것이다. 헬라어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올리브 나무가 중국의 감람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열매도 비슷해 감람나무로 번역한 것이다. 중국에 있는 감람나무와 성경에 나오는 감람나무는 서로 다른 나무이다.
올리브 열매는 찌꺼기가 될 때까지 기름을 만들어내듯 심령을 다해 기도하신 예수님의 땀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올리브는 ‘겟세마네의 기도’를 생각하게 한다.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가 그린 ‘겟세마네의 기도’(1308~1311). 이탈리아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 소장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을 오가실 때마다 올리브 산(감람산) 고갯길을 오르셨다. 예루살렘 시가지를 내려다보시며 믿음 없는 백성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셨고 종종 올리브 산 중턱에 있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다. 그날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성만찬을 하고 겟세마네 동산에 가셨다. ‘겟세마네’란 지명 역시 올리브와 연관이 있다. 겟세마네는 ‘기름 짜는 틀’이란 뜻이다. 실제 올리브 나무가 많이 있어 올리브 산으로 불린 이곳엔 기름 짜는 틀이 많이 있었다.
겟세마네의 기도
예수님은 이곳에서 올리브 기름을 쥐어짜듯 심령을 다해 기도했다.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마 26:38~39) 예수님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던지 땀이 땅에 떨어져 핏방울 같았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 되더라.”(눅 22:44)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의 인간적 고뇌, 인성적 고통, 유대인의 불신앙과 제자들의 배신 등에서 오는 심적인 고통,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당하는 영적인 고통이 올리브 기름방울처럼 흘러내렸다. 올리브는 네 번에 걸쳐 기름을 짜낸다. 처음 짠 기름은 성전의 촛대를 밝히고 왕과 대제사장에게 기름을 부을 때 사용했다(삼상 10:1). 두 번째 짠 기름은 가정에서 식용으로, 세 번째 짠 기름은 등잔을 밝히거나 화장품과 약품으로 사용했다. 네 번째 짠 기름은 잿물을 부어 비누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은 결혼식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올리브 기름에 향료를 첨가한 향유를 사용했다. 또 손님을 초대한 주인은 환영의 표현으로 손님의 머리에 향유를 바르기도 했다. 마리아가 옥합을 깨어 예수님의 발에 부은 향유도 올리브 기름이었다. “한 여자가 매우 귀한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나아와서 식사하시는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마 26:7)
올리브 산은 예수님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 고뇌하시며 하나님께 기도하신 곳이다. 또 유다의 배신으로 체포되신 곳이며 부활 후 승천하신 곳이다. 목회자들은 예수님처럼 우리에게도 ‘나만의 겟세마네 동산’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겟세마네의 기도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활의 삶을 살라
세계적인 영성학자 중 한 명인 마르바 던은 그리스도인은 스스로 약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 약해져야 한다. 하나님이 강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약할 때 어떠한 모습으로라도 하나님이 채워주실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일하신다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미처 몰랐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역설의 신비이다. 이는 현존하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신뢰할 때 가능하다.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올리브 열매가 찌꺼기가 될 때까지 기름을 만들어내듯 최후의 땀 한 방울도 다 쏟아내야 한다. 미국의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은 ‘부활을 살라’에서 “부활을 산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예수님의 생명을 믿고 거기에 동참하겠다는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나는 부활의 삶을 살고 있는가. 부활의 삶에 대해 성경은 명확하게 말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이 믿음은 세대를 이어가야 한다.
올리브 나무의 수명은 보통 1000년이 넘는다. 고목이 된 후에도 잘라내면 나무의 본체 뿌리 부분에서 새순이 나와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올리브 나무는 영원함과 인내를 상징하고 다윗의 자손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양 떼를 지키는 목자의 지팡이 역시 올리브 나무 가지로 만들었다. 목자의 지팡이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광야에서 양들을 지키는 생명의 도구였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목자는 지팡이로 양 떼를 공격하는 맹수를 때려잡았다.(삼상 17:40) 이 지팡이는 목자인 ‘메시아’를 상징하고 다음세대를 위해 끝까지 살아남은 유다 지파 출신의 다윗 왕조, 즉 ‘메시아 왕조’를 상징하기도 한다.
내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부활절’이다. 예측할 수 없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하지 못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의 역설은 변함없다. 낮아지면 높아지고, 약할 때 강해지며, 주면 받을 수 있고, 종이 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죽어야 살 수 있는 ‘거룩한 역설’ 말이다. ‘코로나19’의 두려움과 불안의 먹구름을 떨쳐내고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내일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자.
이지현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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