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사람 키를 훌쩍 넘어 3m는 될 법한 나무 대문은 ‘시설폐쇄’라는 노란색 경고장과 함께 철옹성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이윽고 대문에 해바라기, 코스모스와 함께 빨간색 풍선이 하트 모양으로 장식되기 시작했다.
9일 오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연수원’ 정문 모습이다. 지난달 2일 이만희 교주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는 이날 대구시, 경남 진주시, 충남 계룡시 등 전국에서 모인 신천지 가출 자녀 피해 부모들과 함께 자녀의 귀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연수원 정문에 꽃장식을 했다. 이 교주에게 보내는 면담 요청서와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대문에 붙였다.
화가로 활동 중인 한 피해자 부모는 붓글씨로 마음을 담았다. 그는 흰 종이에 “만져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보고 싶은 내 딸아, 아들아”란 글씨를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갔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신천지와 이 교주에게 “신천지 가출 자녀 피해 부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신천지를 따라 가출한 우리 자녀들이 어디에 사는지, 검진은 받았는지 걱정이 돼 밤잠을 이룰 수 없다”면서 “자녀로 인해 고통당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교주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기자회견 후엔 신천지의 폐해를 알리는 호소문과 함께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했다.
정모씨는 신천지 교리에 세뇌돼 가출한 두 딸을 3년 넘게 못 보고 있다. 6년 전 첫째 딸이 신천지 영등포 시몬 지파에 입교한 후, 이듬해엔 둘째 딸도 신천지에 빠졌다. 두 딸은 정씨를 상대로 포교하려다 여의치 않자 가출했다. 그 뒤로 모친인 정씨와의 연락도 끊고 지내고 있다.
정씨는 “아무리 신천지에서 세뇌시켰다고 해도 어떻게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을 끊고 연락 한 번 안 하고 지내게 할 수 있는가”라면서 “성경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나와 있는데 하나님의 말씀도 어기면서 무슨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당장이라도 이만희 교주는 가정 파괴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두 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이 돌아올 때까지 법적 소송뿐 아니라 부모로서 자녀를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찾아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피연의 박향미 정책국장은 “평생 시위란 것을 해본 적 없으신 피해 가족들이 이 교주의 기자회견을 본 뒤 전국에서 뛰어 올라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면서 “신천지는 자녀 소식을 알려주지도 않고, 검찰의 수사는 미비한 상태다. 신천지는 그만 가정을 파탄 내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신천지로 인해 피해를 본 부모들이 또 계신다면 이곳에 오셔서 편지를 부치며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평=임보혁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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