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주위 사람마저 경계하게 했다. 교회도 심방이나 전도를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선 뜻밖의 풍경이 연출됐다. 낯선 교회 사람들이 방문했는데도 상가와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차를 대접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가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을 위해 방역 작업을 진행한 현장 이야기다.
이충구 집사와 교회 사역자들의 첫 번째 방문지는 상가 건물 1층에 입주한 부동산중개사무소였다. 방호복, 고글, 방진 마스크로 중무장한 이 집사가 초미립 분사기를 작동했다. 배출구를 통해 하얀 연무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독액은 3분여 만에 72.7㎡(22평)짜리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이날 건물 방역은 중개업소 김문호 대표가 교회에 요청한 것이다. 김 대표는 교회의 방역 봉사 소식을 듣고 상가 사람들에게 방역을 제안했다. 모두들 환영했다. 안경점, 세무사 사무실, 웨딩업체와 커피숍 등을 운영하는 이들의 종교는 없거나 제각각이었다. 김 대표만 강남중앙침례교회 집사였다.
김 대표는 “교회에서 방역해 준다는 얘기를 했더니 심리적 불안을 씻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들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건물 카페 주인은 “코로나19로 가게 매출이 30% 이상 줄었고 문을 열어도 불안했는데 교회에서 방역을 해 주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극심해지면서 방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방역기는 비싸고 소독약과 방호복은 물량이 부족해 구하기도 어렵다. 소상공인들에겐 여러모로 부담될 수밖에 없다. 강남중앙침례교회가 방역에 나선 이유다. 대상은 교회 교인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지역 주민이 요청하면 어디든 가기로 했다.
최병락 목사는 “교회들이 땅끝만 사명으로 생각하느라 예루살렘을 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팀 켈러는 책 ‘센터 처치’에서 교회는 그 교회가 있게 해 준 커뮤니티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서 “교회가 이웃들과 기쁨뿐 아니라 고통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은 교회의 방역으로 마음에 위로도 받았다.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권영란 권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3분의 1로 줄면서 인건비는 물론 월세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 됐다. 권 권사는 “어려운 때 기도해 주시고 방역까지 해 주시는 하나님 은혜가 너무 감사하다”면서 “일할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방역 봉사에 성도들도 기꺼이 나섰다. 이 집사는 중국에서 수련의로 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사스를 경험했다. 이 집사는 “그때 병원에서 방역 작업을 하며 익힌 노하우를 지금 활용한다”면서 “교회와 긴급 돌봄을 하는 부설 어린이집 방역도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님의 준비하심도 체험했다. 이 집사는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머지않아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발언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독기 등을 구매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는 끝나간다고 했고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왠지 소독제와 방호복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좁은 집에 방역 물품이 쌓였지만, 아내도 군말 한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닷새 뒤 31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이 집사는 “구비한 재료를 들고 방역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하나님이 지역주민을 위해 준비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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