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생방송인데 진행자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방송 사고였다. 화면은 재빨리 영상으로 바뀌었고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이크 확인해 주세요.” 방송팀 요청에 진행자가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마이크 배터리 잔량을 확인했다. “아직 한 칸 남았어요.”
방송팀이 서둘러 진행자 주변 음향장비들을 점검했다. ‘문제의 마이크’를 찾았다. 서둘러 배터리를 교체했다. 지난 5일 경기도 고양 성광침례교회(유관재 목사)가 오후 1시부터 유튜브를 통해 진행하는 ‘특별기도와 찬양이 있는 방송’ 중에 벌어진 일이다.
5분이라는 짧지만 아찔한 방송사고 후 진행자인 이 교회 김재홍 부목사의 모습이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김 목사는 ‘성광플러스-성경가족이야기’ 코너의 진행자다. 그는 “우리가 아마추어인 걸 확인했다”며 방송 사고에 대한 사과를 환한 미소로 대신했다.
성광교회는 지난 3일과 5일 ‘특별기도와 찬양이 있는 방송’을 파일럿 형태로 시작했다. 이틀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생방송을 했고 하루 뒤 재방송을 했다. 프로그램을 보완해 10일부터 제대로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화~금, 오후 1~4시 본방송을 진행하고 당일 오후 6~9시에 재방송을 내보낸다.
생방송 아이디어를 낸 유관재 목사와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왕규 김재홍 임현철 부목사(왼쪽부터 시계 방향)가 5일 방송을 끝낸 뒤 교회 본당에서 사진을 찍었다.
생방송 아이디어를 낸 건 유관재 목사다. 어떻게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할까 고심한 결과다.
유 목사는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인데 성도들이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도제목을 주고 함께 찬양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면서 많은 교회가 주일예배를 영상예배나 가정예배로 드리고 있다. 주일예배를 교회에서 드릴 수 없다는 소식은 성도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성광교회는 일방 소통 형태인 주일예배와 다른 방식으로 성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생방송이었다. 방송 장소는 교회 본당, 진행자는 교회 교역자들이었다.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방송 구성은 알찼다. ‘왕인(in) 워십’은 이왕규 부목사와 박정인 전도사의 진행으로 찬양과 기도를 하는 시간이다. 김 목사의 ‘성광 플러스’는 토크쇼였다. 성도들이 SNS나 문자 등으로 보낸 사연을 소개하고 성경퀴즈도 냈다. 초대 손님도 있다. 11일 방송엔 평신도 사역자인 이 교회 정경옥 권사가 출연해 사역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부녀 관계인 김승기 선교사와 김진이씨가 진행하는 ‘아빠와 딸 콘서트’, 김경진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등 파일럿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도 새롭게 편성했다. 방송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 중간중간 기도하며 찬양하는 시간도 넣었다.
김 목사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며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함께 기도하고 목회자들과 소통하며 위로를 받았다는 메시지를 성도들이 보내온다. 방송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도들이 보내온 시청 소감은 따뜻했다. 주부 김성희(42)씨는 “함께 모여 예배를 못 드리는 지금 인터넷으로라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주께와 엎드려’를 부르는 목사님을 보니 언제라도 교회에서 실컷 불러보고 싶다”면서 “빨리 뵐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인 강명식(54)씨는 “안타까움 중에도 이런 기쁨을 접하게 되다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방송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양=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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