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복음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십자가와 부활’이다.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는 죽은 종교에 불과할 것이다. 부활의 기적은 십자가를 통해 완성된다.
십자가는 그 옛날 가장 악독한 죄수에게 주어지는 형벌이었던 것처럼 어둠, 고통, 죽음의 상징이며 은유다. 우리에게 힘든 시련이 찾아왔을 때 십자가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 속에 감춰진 깊은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십자가를 등에 진다면 무게는 배가 되지만 십자가를 가슴에 품으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는 부활의 힘이 생긴다. 십자가는 부활의 환한 빛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지난 부활절에도 이 찬송을 많이 불렀을 것이다. ‘무덤에 머물러’(160장)는 부활의 소망과 기쁨을 가장 잘 표현한 찬송가다. 곡 흐름의 특징은 예수님이 무덤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8마디의 선율을 통해 조용하고 장중하게 정중동의 느낌으로 보여준다. 후렴부에 들어와 원수를 이기고 죽음에서 부활하신 모습을 유니즌(하나의 음)으로 시작해 행진곡 스타일로 점차 우렁차고 장엄하게 진행하면서 클라이맥스로 극대화해 나간다. 이런 음악적 표현은 부르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찬송가는 미국 침례교회의 로우리(R Lowry, 1826∼1899) 목사가 1874년에 작사·작곡한 곡이다. 원래 어린이를 위한 주일학교 찬송가에 수록됐는데 후에 성인성도들까지 널리 부르게 됐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인해 정신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생겼다. 로우리 목사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과 고아들에게 이 찬송을 통해 하늘의 소망과 위로를 전해주고자 했다. 가사에서 보듯이 죽음과도 같은 전쟁의 상황에서 ‘원수를 다 이기고 어두움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다’라고 고백하며 어둠을 이기고 무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다시 일어날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로우리 목사는 이 곡과 ‘성자의 귀한 몸’(216장) ‘나의 갈길 다가도록’(384장) 외에도 8곡의 찬송가를 더 수록했다. 그의 곡들은 누구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널리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사람이 작곡한 여러 곡이 이처럼 모두 사랑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불릴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시대의 맥커천(1877∼1958) 목사는 “설교는 불과 수천명에게 복음을 들려줄 뿐이지만 그가 만든 찬송은 지구상의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편의 찬송은 시공을 초월해 온 세계에 하나님을 전하고 성도들에게는 신앙고백과 회개, 회복 그리고 힐링의 축복을 안겨준다. ‘무덤에 머물러’를 부르며 십자가의 고통을 사랑으로 이겨내고 어두운 무덤에서 부활의 빛으로 기적을 이뤄내신 예수님을 찬양하자. 그 뜻을 헤아려 부르면 아무리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주님의 기쁨과 위로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뉴서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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