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하준범 기자 = 영화로도 멋진 작품이지만, 영화 속의 인물(주인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임에 틀림 없으며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동서 냉전의 시대를 겪는 독일의 역사를 되새겨 볼 때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면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기도 한 러닝타임 3시간 정도의 어드벤처 영화 한편이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생존하는 독일 현대미술 작가 중 최고가의 작품으로 명성이 높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생(生)을 다룬 영화 '작가 미상'이다. 우선 이 영화를 말하면서 맨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한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최근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라는 위대한 감독도 있지만, 우리에겐 생소하고 이름 외우기도 힘든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라는 독일 쾰른 태생의 감독을 굳이 우리가 기억하고자 한다면 그가 처음으로 각본과 감독을 한 장편영화 '타인의 삶'과 '투어리스트'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 두편으로 골든 글로브를 비롯해서 유럽 일대의 모든 영화상을 휩쓴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만든 영화 '작가 미상' 역시 올해 아카데미에서 수상은 못했지만, 외국어 영화상과 촬영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그의 작품을 눈여겨 볼 만한 감독임에는 틀림없다.
한마디로 영화는 사랑과 정치, 예술,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잘 버무려 낸 그야말로 아주 매혹적인 어드벤쳐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그림을 좀 그렸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영화이며, 창작에 대한 고뇌를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예술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이 세번째 영화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와 같이 흐릿한 세상 속에서 진실을 그려온 화가 쿠르트의 일대기를 그림속의 그림과 같은 영상으로 담았으며, 아울러 뛰어난 감독의 역량에 독일 최고의 배우, 톰 쉴링, 폴라 비어, 세바스티안 코치의 열연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새로운 아트버스터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화는 빈 화구들로 가득한 아틀리에에 ‘쿠르트’가 홀로 붓을 잡으며 작업에 몰두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상단 "사랑, 정치, 예술에 관한 매혹적인 어드벤처"(The New York Times) 리뷰와 '흐릿한 세상, 진실을 그리는 화가' 카피는 영화가 시대와 정치, 그리고 예술과 사랑을 포괄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은 미술관에서 어린 쿠르트와 엘리자베트 이모가 어딘가를 응시하는 스틸이 담겨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이른 독일에서는 현대미술을 '퇴폐미술'이라며 멸시하지만 엘리자베트 이모는 쿠르트에게 "진실한 건 모두 아름다워. 절대 눈 돌리지마"라며 세상 속 유일하게 빛나는 아름다움, 진실을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말을 기억에 담고 성장한 쿠르트는 베를린에서 미대생으로 성장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전 옳은 것을 찾을 거에요. 진실한 것을요"라는 쿠르트의 대사는 쿠르트가 예술로서 흐릿한 세상 속 진실을 구하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쿠르트는 이모와 같은 이름의 패션을 공부하는 여학생, 엘리에게 첫눈에 반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인정과 사랑 모두를 함께 잡았던 쿠르트는 동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환멸을 느끼고 서독으로의 탈출을 도모한다. 그리고 영화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나치 우생학 신봉자 제반트 교수는 쿠르트와 악연으로 얽히며 점점 그를 압박해 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치적인 소견을 넣는다고 한다면, 우리가 겪은 일본의 식민지 때와 닮아서 그럴까 조마조마하기 그지 없고 한편으로는 때아닌 분노가 뒤따르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감정 일까.?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림이 마르기를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Daily Telegraph)는 극찬처럼 ‘작가 미상’은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전작 ‘타인의 삶’을 잇는 시대와 예술, 사랑을 다룬 아트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마지막 컷에서 드디어 자신의 길을 찾은 듯 단호한 표정으로 붓을 들고 있는 쿠르트의 얼굴은 영화가 선사할 전율을 예고하며 한 폭의 명화를 본 듯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모든 창작에 그는 '자신(我)'을 찾고자 노력했으며, 결국 그가 이루어 낸것도 '자신(我)'이였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오늘날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이 되었을련지도 모른다. '창작'이라는 영역을 건드리는 예술가들이 찾아 헤메는 길을...
그리고 영화 속 쿠르트의 모델이자 실존하는 최고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예술은 희망의 가장 고귀한 형태'라며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위로와 희망'이라고 말한것에는 그의 유년 시절 익혔던 '엘리자 베트' 이모에 대한 위로와 그리고 그가 모든 걸 버리고 희망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베를린을 탈출할 때의 희망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화에서 얻은 강렬한 영감에서 시작된 영화 ‘작가 미상’은 인생이 그림이 된 화가에 대한 깊은 존경을 보여주며 새로운 감동을 전할 것이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노미네이트, 제76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사랑, 정치, 예술에 관한 매혹적인 어드벤처"-The New York Times, "역사에 액자를 씌우고, 한 폭의 부드럽고 친밀한 초상화로 만들었다"-Daily Telegraph, "섬세한 영기와 장엄한 비주얼의 성찬"-Film Journal International, "가장 매혹적이고 강박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The Washington Posts 등의 극찬 리뷰를 받고 있는 ‘작가 미상’은 오는 2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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