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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연극, '섬마을 우리들' 절찬 공연 중

대학로 최다 출연진들이 펼치는 가슴에 와 닿는 소박한 이야기

등록일 2020년02월17일 12시5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뉴서울타임스] 하준범 기자 =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서 4관왕을 거머쥐면서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문화를 취재하러 다니는 기자로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며, 깜짝 놀랄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계 저변은 아직도 힘든 게 사실이다. 특히나 내일의 봉준호 감독이나 송강호 배우를 꿈꾸며, 대학로의 좁디 좁은 지하 무대에서 먹고 자며 연기를 하는 배우나 연출가를 볼라치면 애써 박수라도 힘껏 쳐 주고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극단 이름부터가 '웃어'다. 살아가는 데는 문화계뿐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든지 성공한다는 것이 녹록치않다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출발 한다.
 

감독 봉준호도 젊은 학도 시절엔 어렴풋이 할리우드라는 곳을 목표로 '희망'을 가지고 출발했을 터이니 말이다.
 

이렇게 힘든 대학로 공연계에 엄청난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연극 한편이 막을 올렸다. 보통 대학로 무대에 올려지는 극들의 출연자수가 보통 4~6명 정도인 것에 비하면 과히 블록버스터급이 아닐 수 없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이다.  출연자 수가 어림잡아 24명쯤은 된다.
 

함께 더불어 사는 것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하고, 조금은 부족해도 같은 일을 하는 '식구'들이 함께 웃으며 무대에 서는 것을 더 희망하는 그래서 극단 이름부터가 '웃어'에서 지난 2월 11일 프레스콜을 가졌다.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창단 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은 마치 극단 '웃어'의 출연자들과 같은 일맥상통한다고 해야 하나.? 극의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상처와 결핍이 있는 이들이 외딴 섬마을 삼막동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 가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 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이 항상 슬프고 우울하지도 않으며, 항상 기쁘고 즐겁지도 아니하듯이 연극 '섬마을 우리들'은 거대한 도시를 작은 섬이라는 생활 공간으로 축소 시켜, 구성원들의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처음에는 낯설지만, 그들 모두가 나의 소중한 이웃이자 가족임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연극이다.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연출은 2016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극단 웃어'의 김진욱 대표가 맡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11일 열린 프레스 간담회에서 "정식으로 극작법을 못 배웠지만, 경험을 기반으로 작품을 쓰는 편"이라며 "'섬마을 우리들'은 집안 사정상 방학 때마다 홀로 친척들이 있는 시골에 보내졌던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연출가의 어린 삶이 묻어 있다는 극의 내용을 좀더 살펴본다면, 평범한 삶이 꿈이라고 말하는 순희와 그의 어린 딸 관순, 가수를 꿈꾸는 소녀 차정과 인선, 도시에서 살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섬마을로 내려온 미모,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큰 엄마를 찾으러 온 대중과 정일 등 '삼막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일상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긴 하지만 봉합이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갈등 불씨도 없고, 마을을 혼란에 몰아넣는 사건이 벌어지는 일 또한 없다.
 

그러다 보니, 빠른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연극과는 달리 흐름이 다소 심심한 측면이 있기도 한데, '극단 웃어' 측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재료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음식'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무공해 연극'이라는 수식어와 "뭐 있간디, 걍 여서 웃고 살면 되는 거여…"라는 부제를 붙이기도 했다.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진짜 그런 연극이다. 하지만 무대에 불이 꺼지고 극단 문을 나설 때면, 극단 '웃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수 백색과도 같은 연극이다.
 

이런 심심한 맛에 양념을 더해주는 것은 개성 강한 외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과 그들이 하나둘 펼쳐내는 소박한 이야기들은 비록 특별할 것 없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김 대표의 어린 시절 기억에 상상력을 보태 개성있는 개릭터로 완성되었으며, 초연 때 9명이었던 등장인물을 11명으로 늘려 극에 풍성함을 더했다고 밝혔다.
 

출연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공순희 역을 연기하는 정애화는 "20일간 섬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는데 청정 지역인 섬에서 벗어난 순간 '숨 막혀서 못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섬마을 우리들'은 비록 특별히 즐길 만한 게 없더라도 사랑과 배려와 정으로 똘똘 뭉치면 섬 안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또한, 한미모 역의 하지영은 "아픔을 가지고 섬에 다시 오게 되는 캐릭터를 맡게 돼 여러 지점에서 생각이 많았다"며 "각 캐릭터가 지닌 상처와 애환이 다른데 연기를 해나가면서 같은 상처가 아닐지라도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개인적인 기억들도 떠오르면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들이 외형 등이 너무 돋아난 게 아닌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섬마을 사람들의 연대감을 밝게 다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8일 막을 연 '섬마을 우리들'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출연자 라인업에는 정애화, 조유진, 권경하, 정선희, 안혜경, 하지영, 류예리, 박지선, 오혜금, 최은하, 정희진, 김시우, 김지율, 김동민, 김경환, 김승은, 김용문, 이승주, 이희택, 박종석, 김동면, 이시준, 박예찬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러닝 타임은 총 90분이다.
▲극단 '웃어'의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따뜻함을 나눠가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 한 장면(사진=하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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