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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말씀했는데…

초갈등 사회 예수가 답하다

등록일 2020년02월06일 00시4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신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초갈등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성경속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6년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한 크리스천이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적힌 종이컵에 촛불을 켜든 모습.

[뉴서울타임스] “지혜자의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우매자의 마음은 왼쪽에 있느니라.”(전 10:2)

최근 한 기독교 단체 채팅방에서 이 말씀을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이 “성경에서도 진보나 좌파는 문제라고 봤다”고 주장하자 진보 성향의 교인은 “지혜자와 우매자를 구별짓기 위한 상징적 표현일 뿐 이념과는 상관이 없다”고 맞섰다. 토론 아닌 토론은 “성경에 따라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 집회에 나가야 한다”는 말에 더 이상 대꾸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끝났다.

이 채팅방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한국교회 성도들의 입장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 때도 가만히 있던 일부 교계 단체와 교회까지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자극적이고 거친 언사가 주목을 받으면서 교회가 정치적·이념적 갈등을 조장하는 데 앞장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교회는 과거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 원칙을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정치·이념적 이해관계를 넘어 조국독립과 민주주의 같은 대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교계 일부가 광장정치에 나선 것은 어떨까.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4일 “이렇게 많은 기독인이 주말마다 한자리에 모인 경우는 없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교회와 언론이 광화문 집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 A목사는 “대의명분은 없고 이념 갈등만 부추긴다. 이건 교회가 아니다”며 광화문 집회에 나온 교회들을 비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손봉호 자문위원장도 “일부 보수 교인들이 우파운동을 이끄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교분리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 입장이 나뉘지만, 교회가 사회갈등을 부추기거나 증폭해선 안 된다는 데는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신학자들도 교회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선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여호수아 1장 7절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을 들어 “이념에 의한 신앙 노선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길로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수영 연세대 신과대학장은 “성경의 문구가 아닌 성경 전반에 흐르는 하나님의 심정과 비전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예수의 비폭력적 하나님 나라 운동과 십자가는 무력해 보였지만, 결국 하나님과 만민을 화해시키는 거룩한 사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폭력과 물리력에 기대지 말고 철저하게 십자가 복음에 의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회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야기는 일부 목회자의 과격 발언에서 나온 오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 교수는 “온건한 목사들이 나서야 하는데 안 나서니 전광훈 목사가 나선 것 아니냐”면서 “거친 말을 하는 전 목사가 한국교회의 대표처럼 부각돼 오해를 사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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