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대한제국의 주미 공사관 건물에서 120년 전 외교활동을 담은 자료가 대거 발견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원 중인 공사관 건물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공사관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다수의 자료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건물 2층에 있는 벽난로를 해체하다가 발견된 자료는 전시회 및 결혼식 행사 안내장, 크리스마스 카드, 성경학교 초대장 등 15점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딸 엘리스와 결혼한 니콜라스 롱워스 의원의 이름이 새겨진 결혼식 피로연 안내장=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 중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딸 앨리스의 1906년 2월 결혼식 피로연 안내장으로 보이는 자료가 눈길을 끈다. 당시 ‘워싱턴 사교가의 꽃’으로 불렸던 앨리스는 1905년 9월 경운궁(현 덕수궁)을 방문해 고종 황제를 알현하기도 했다.
대한제국 주미공사관에서 발견된 120년전 성경카드=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채연 서리공사(1890.9~1893.6)의 부인이 다니던 워싱턴DC 커버넌트 장로교회의 성경학교 초대장도 발견됐다. 당시 미국 신문 ‘더 선’은 이 공사의 부인(성주 배씨)이 이 교회에서 미국의 23대 대통령 벤자민 해리슨 부부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보도했다.
커버넌트 장로교회는 1894년 6월 서재필 박사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9대 공사 이범진 부부를 비롯해 마지막 공사인 김윤정의 가족까지 예배를 드린 교회로 지금도 같은 장소에 있다.
1902년경 제작된 성경공부 카드=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밖에 미국 여성화가 에디스 하워스가 직접 그려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버지니아의 댄빌 군사학교 전경이 담긴 엽서도 함께 발견됐다.
오수동 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자료들은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다음 해에도 주미공사관의 대미외교 활동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 4월 이들 자료를 발굴해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겼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2015년 10월부터 복원공사 중이다. 내년 5월쯤 박물관의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발견된 자료들은 개관과 함께 주미공사관 박물관에 전시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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