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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이 기회… 새로운 사역지서 더 큰 사역할 것”

중국·인도 추방 선교사 ‘타국 재배치’ 바람

등록일 2020년01월10일 17시5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도마 선교사가 지난해 12월 미얀마 양곤의 ‘미얀마 인도인 연합교회’에서 교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도마 선교사 제공

중국과 인도가 비자 법을 강화하면서 한인 선교사들을 대거 추방하고 있다. 선교계에서는 선교사 추방을 ‘비자발적 강제 철수’라고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추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역 중 선교지를 떠난 선교사의 정확한 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도 공개하지 않는다. 보안 때문이다. 다만 선교계는 중국과 인도 선교사 중 상당수가 짐을 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선교계의 진단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만 해도 중국 선교사 120가정 중 100가정이 추방당했다. 다른 교단이나 선교단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방된 선교사들이 다른 나라로 재파송을 받으면서 선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선교계의 오랜 과제였던 ‘선교사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선교계도 추방 러시가 선교사 재배치로 이어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열리는 선교포럼의 주제로 추방 선교사 재배치 문제가 자주 다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나라로 사역지를 재파송 받은 선교사들은 만족도도 높다고 전해진다. 선교의 새로운 기회로 보는 의견도 많다.

인도에서 사역하다 2017년 떠난 김도마 선교사는 2018년 미얀마로 선교지를 옮겼다. 미얀마서는 인도에서의 선교 경험을 살려 인도 이민자 교회를 이끌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인도계 미얀마인 목사와 함께 수도 양곤에 ‘미얀마 인도인 연합교회’를 설립했다. 두 곳의 예배 처소에는 100명 이상의 인도인이 출석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7일 “2003년부터 사역하던 인도에서 갑자기 나오게 됐을 때는 매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미얀마로 재파송을 받은 뒤 새로운 사역지에서 만난 인도인들과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사역하던 강일순 선교사도 2017년 새로운 임지를 찾았다. 중국으로 재입국할 방법을 알아보던 강 선교사는 지난해 아프리카 르완다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강 선교사는 르완다연합대학(UAUR) 메커트로닉스 엔지니어링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선교사가 되기 전 국내외 IT(정보기술)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경력을 살린 것이다.

르완다연합대학은 첨단기술 교육과 발전을 위해 한국인 이창기 박사가 설립한 대학으로 르완다 정부가 승인한 정식 교육기관이다. 강 선교사는 이곳에서 후학 양성과 캠퍼스 사역에 힘쓸 예정이다.

미얀마 인도인 연합교회 교인들이 지난해 5월 예배를 마친 뒤 식사하는 모습. 김도마 선교사 제공

강 선교사는 “추방이 기회가 됐다”면서 “중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르완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선교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인 만큼 선교에 대한 확신만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사역지에서 더 큰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선교사는 중국을 떠난 뒤 국내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 내용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실려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어로 더빙한 한국 목회자들의 설교와 어린이 설교, 말씀 애니메이션, 찬양 율동 등의 콘텐츠가 앱에 담긴다.

그는 “오히려 중국에 있을 때보다 외부에서 중국 복음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선교부나 후원교회들도 내가 하는 ‘지원 사역’을 정식 선교로 인정해 지원한다면 선교 다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정용구 예장통합 세계선교부 본부 선교사는 “추방과 비자 거부가 시작된 2017년만 해도 매우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였다”면서 “큰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추방당한 선교사들이 재파송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역 다변화와 선교 재부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건 결실”이라고 진단했다. 정 선교사는 “방송 사역과 한국에 있는 중국인, 인도인 대상 네트워크 사역 등이 활발하고 아예 새로운 국가에서 사역을 시작하는 선교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후원교회가 후원을 중단한다거나 재배치를 받은 국가에서 사역하는 기존의 선교사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있다. B선교사는 “중국에서 추방된 뒤 우여곡절 끝에 동남아시아 한 국가로 파송 받았는데 현지 선교사회가 달가워하지 않는 걸 보고 추방 트라우마보다 더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면서 “재파송 받은 다른 선교사들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C선교사는 정기 후원이 끊겼다. 그는 “인도 사역을 후원하던 2개 교회가 재파송을 반기지 않고 후원을 중단했다”면서 “교회에도 사정이 있겠지만, 추방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면 그동안 쌓은 선교 노하우는 물거품이 되고 선교 자산의 손실로 이어진다”며 아쉬워했다.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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