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20대 국회는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받아들었다. 국회가 할 일은 하지 않고 싸우는 사이 대한민국도 양극단으로 갈렸다.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교회와 신자들도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보수교계는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광장으로 나간 교회’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달았다.
신학대 교수들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옹호하는 정치적 활동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가 정치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입각해 정책적인 조언을 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정부 정책 등에 교회가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도 “복음이 사회정치를 향해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를 증오하거나 폭력을 선동해선 안 된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 김명실 교수는 “교회는 정치지도자에게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며 “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대통령을 위해 기도했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기도할 때”라고 말했다.
정승원 총신대 교수는 마태복음 22장을 들어 로마 황제인 가이사를 지금의 대통령에 비유했다. 정 교수는 “성경은 세상과 하나님을 구분하지 않았다. 가이사를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로 봤다”면서 “성경에 반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선 당당하게 비판하되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회자의 정치 참여엔 신중함을 요구했다. 권수영 연세대 신과대학장은 “목사나 성도가 정치적 견해를 갖는 건 자연스러운 권리이자 자유가 보장된 선택이지만, 이 선택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결정처럼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예배 중에 드러내는 것도 피하라고 조언했다. 일부 교회에선 목회자가 특정 정당을 편드는 내용의 설교를 하거나 정치적 관점이 같은 사람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문제가 됐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교회에서 정치인을 소개하는 건 안 된다. 목사는 성언운반자의 자격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이 사용한 성언운반자란 표현은 ‘목사는 성스러운 말을 전하는 운반자’라는 뜻이다.
정치 참여의 방식에도 신중함을 요구했다. 김명실 교수는 “예배의 형식으로 정파적 이익을 외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일부 보수 기독인들의 집회가 옳은 방식이냐를 두고 교수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정장복 전 총장은 “기독교인이라면 기도를 하는 게 정상이지 태극기를 들고 나가는 건 정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권수영 학장은 ‘광장으로 나간 교회’라는 말이 성경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권 학장은 “성경 속 사막으로 나간 교회는 하나님과 독대하기 위한 영적 선택이었고 광장으로 나간 교회는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약자에 힘을 주기 위한 저항의 방법이었다”며 “대한민국의 광장 교회는 보수 권력을 견인하고 주도하려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많은 기독인들이 광장에 나온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이들이 문재인정부를 반대하는 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어긋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집회의 형태와 방식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과격 발언은 문제”라며 “온건한 목회자들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고 침묵하니 전광훈 목사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지나친 정치 참여로 교회에 초래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보수 교회가 신념을 정치화하는 걸 보고 학생들의 의견이 갈리는 걸 봤다”면서 “일부 학생은 교회를 비이성적 집단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복음이 들어갈 틈을 아예 닫아버린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정병준 교수는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체인데 특정 정치세력을 편들면 반드시 쪼개질 수밖에 없다”면서 “화해를 주는 게 아니라 사회를 싸움터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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