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교회나 선교의 역사를 보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특히 신학적 부분이 연계될 때 어느 한쪽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부분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무엇보다 겸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신유든, 축귀든, 어떤 현상 자체만 갖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은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지, 그런 현상들이 성도들의 믿음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객관적이고 건전한 의미에서 비판적인 안목을 갖는 게 필요하다.
정흥호 아신대 총장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것이 진정 성경에서 말씀하는 성령의 역사인지는 분별해야 한다. 바른 성경적 해석과 문화적 상황을 심도 있게 고찰해 보고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시는지를 살피는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영적 전쟁과 관련해 이런 논쟁들이 기독교를 확장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 아니면 단지 새롭고 발전된 전략 가운데 하나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역의 실패로 인해 깊은 절망 속에 빠진 사역자들에게 사역을 포기하도록 부추기는 악한 영의 영향인지, 사역자들에게 두려움을 줌으로써 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기회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세계복음화와 관련해 영적 전쟁을 논의하면서 유의해야 할 두 가지 극단적인 접근 방법이 있다. 첫째, 영적 전쟁터에 나와 있는데 영적인 부분을 별로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서구 기독교는 이를 답습해 왔고 많은 서구의 선교사들은 영적 싸움에 대해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다시 말해 선교현장에서 만나는, 잘못된 문화와 주술 가운데 휩싸여 있는 사회에서 사역을 감당할 영적 무장이 필요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어둠의 세력을 거부하고, 깊은 회개와 믿음을 통해 자유함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영적 인식이 있어야 했다.
둘째, ‘적’이 누군지에 대해 너무 깊이 몰두해 있는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사조와 더불어 신비 종교에 대한 인식과 매력이 사람들에게 빨리 퍼지고 있다. 과학과 이성에 근거한 모더니즘 시대를 넘어 뉴에이지 혹은 힌두교와 같은 신비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영적 능력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영적 능력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너무 쉽게 모든 분야에서 귀신의 역사를 인정함으로써 정작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 문제에 깊이 빠지면 항상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의식에 사로잡히고 ‘축귀사역’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기술’과 사탄의 술책을 탐구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떤 현상과 경험을 해석하고 적용해 가는 데 있어서 영적 전쟁의 기본 전제는 성경의 객관성을 인정하며 성경에서 사용된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자의적인 표현이나 섣부른 해석은 공동체 신앙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벧전 5:8~9) 무엇보다도 주님을 향한 기도를 통해 마귀와 그 어두움의 왕국, 악의 세력과 대결해야 한다. 사탄의 궤계를 결코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고후 2:11), 사탄의 모든 위계질서를 반드시 다 알아야만 그들을 패퇴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님은 이미 성령의 능력을 통해 그런 것들을 ‘결박하였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강탈하겠느냐.”(마 12:28~29)
사탄의 요새에 대항해 싸우는 전쟁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성과 믿음을 가진 기도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무기임이 틀림없다. “이 향은 성도의 기도들이라…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리시고 그들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들을 삼으셨으니 그들이 땅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계 5:8~10)
왕 되신 주님은 그의 왕권을 믿는 자들에게 위임해 주셨다. 왕권을 활용하는 것은 각자 믿음의 몫이다. 대적을 향해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선포해야 한다. 그 주님은 “하늘의 모든 권세와 능력”(마 28:18)을 가지신 분이시며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해 주셨다.(마 28:20)
세계복음화의 진행 과정 가운데 부딪히는 상황에서 영적 전쟁과 관련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성경은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우리의 싸우는 무기는 육신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어떤 견고한 진도 무너뜨리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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