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19일 국민일보와 한국교회총연합이 공동 주최한 국민미션포럼에서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의 갈등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며 “대의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못하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까지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오는 25일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포럼은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렸다. 정 후보자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과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경제 성장, 사회 발전, 환경 보전이라는 3개 수레바퀴를 동시에 굴려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초갈등사회로 치닫는 이유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아 대통령 권한 축소와 분권을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했던 정 후보자는 “헌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고 국민 과반수와 의원 대부분이 동의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었다”면서 “정의를 말해야 하는 정치인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바꾸려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또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니 교회가 ‘우리라도 앞장서야겠다’고 나섰는데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하다”며 “갈등 극복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기독교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게 정치인의 자세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대표를 자처하는 일부 세력이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은 비판했다. 그는 “교회가 어떤 주장을 하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하는 미덕도 발휘해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일보가 앞장서서 교회의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이어진 강연에서 “대통령이나 권력기관이 잘못된 길로 가면 교회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면서 “교회가 매일같이 광장에 나가 집회를 주도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는 앞선 설교에서 초갈등 시대에 기독교계가 앞장서서 대화합과 일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갈등과 대립은 파멸로 이끌어갈 것이다. 그동안 계속된 분열에 대해 기독교계와 지도층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며 “모든 교회가 교파의 벽을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서로 용납하고 성령 안에서 하나 되며 하모니를 이룰 때 초갈등사회를 극복하고 통일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초갈등사회 극복을 위한 한국교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대한민국이 광복 후 유례 없는 갈등으로 내전과 같은 극단의 상황에 처했다”며 “이 갈등을 치유하지 않으면 민족과 국가의 존립마저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맞아 전국 교회는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기도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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