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유례없는 갈등과 분노의 장벽에 갇힌 대한민국은 지도자부터 국민까지 극단의 스트레스와 깊은 내상을 겪고 있다. 분출하는 적대감과 불화는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한다. 초갈등을 넘어 극초갈등 사회로 치닫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화해와 하나 됨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과 과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19 국민미션포럼’에서 제시됐다.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은 25일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포럼은 한국교회총연합과 국민일보가 주최하고 국민일보목회자포럼(회장 이철 목사)이 주관했다. 목회자와 성도 등 200여명의 교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대의정치가 실종되면서 광장정치가 판치고 있다”면서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니 교회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시편 58편 1절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구절은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의를 말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 인자들아 너희가 올바르게 판결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이다. 정 후보자는 교회가 초갈등사회 극복을 위해 나선 것에 대해 “꼭 성과를 거두길 소망한다”고 격려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도 기조강연에서 “교회는 시대의 이념과 사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과 인도를 따라가야 한다. 또 시대사상과 이념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찰스 쉘던이 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책처럼, 예수님이라면 지금 이 초갈등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실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신앙의 본질과 가치를 붙잡아야 하며, 함께 연합해 기도해야 한다”며 “교회의 사회적 기능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패널토의에서는 이철(강릉중앙감리교회) 목사의 사회로 소 목사와 김봉준(아홉길사랑교회) 한기채(중앙성결교회) 이규호(큰은혜교회) 목사가 토론했다. 이들은 교회가 사회 갈등을 푸는 역할을 해야 하며 보수·진보에 상관없이 십자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앞서 예배에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는 에베소서 4장 1~3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에베소서 4장은 하나 됨을 강조한 내용으로 유명하다. 이 목사는 “분열은 인간의 역사요 마귀의 역사이며, 연합은 성령의 역사요 하나님의 일”이라며 “초갈등 시대에 기독교계부터 앞장서 대화합과 일치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교파 벽을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과 성령 안에서 하나 됨을 이뤄야 한다.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서로 하모니를 이룰 때 초갈등사회를 극복하고 통일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과거 문제와 현실의 어려움, 다툼은 말하지만 정작 꿈과 비전은 제시하지 못 한다”며 “모든 부정적 얘기를 말소하고 우리 민족의 꿈과 희망을 교회가 제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배에서는 3가지 공적 기도가 드려졌다. 이성화 부천 서문교회 목사는 ‘세계 평화와 복음화를 위해’,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정성길 선한목자교회 장로는 ‘한국교회를 위해’ 각각 기도했다. 정 장로의 기도는 특히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모든 것은 우리 죄 때문이다. 용서해 주옵소서”라며 탄원을 드리고, 아시시 프란치스코의 기도인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를 모티브로 한국교회가 갈등사회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포럼은 ‘초갈등사회 극복을 위한 한국교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를 향해서도 갈등조정·통합기구 설치와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선언문에는 국민일보목회자포럼,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일보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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