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40대 노숙인 A씨는 뇌 옆에 주먹만한 물혹이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절망할 때 노숙인 자활시설인 대구 북구 제일평화의집 원장 이재걸 목사가 그의 곁을 지켰다. “하나님 제발 이 사람을 치료해 주십시오”라는 이 목사의 기도에 평상시 대꾸도 없던 A씨가 ‘아멘’이라고 읊조렸다. 하루가 꼬박 걸린 수술은 기적처럼 성공했고 A씨는 대구제일교회(박창운 목사)에 출석하는 성도가 됐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하며 자신과 같은 노숙인을 돕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됐다.
50대 노숙인 B씨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부족함이 없던 그에게 사업 실패의 시련이 찾아왔다. 주유소를 전전하며 노숙 생활을 했고 적선 받은 돈은 노름으로 탕진했다. 그러나 제일평화의집을 찾아온 후 매주 드리는 예배 속에 자신의 삶을 돌아봤고 자활 의지를 갖게 됐다. 지금은 식당 주차관리 요원을 하며 새 삶을 위한 저축도 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불러온 대량실직은 수많은 노숙인을 만들었다. 한두 명씩 노숙인을 품던 대구제일교회는 이듬해 제일평화의집을 설립해 노숙인에게 숙식과 일자리, 자활교육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500명 넘는 노숙인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현재는 스무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곳을 찾았을 때 노숙인들은 공동작업장에서 전구 걸이를 만들거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 이도 있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는 거실에는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를”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선선한 바람과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운데 함께 사는 노숙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 목사는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드리는 예배를 통해 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인도하심을 깨닫고 삶의 의지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실직과 이혼 등의 아픔을 이 목사에게 솔직히 털어놓으며 마음을 열고 행복을 꿈꾸게 됐다. 새 거주지를 얻고 제일평화의집을 떠나서도 음료를 들고 인사를 드리러 찾아오는 노숙인도 여럿이다.
경북지역 최초의 기독교교회인 대구제일교회는 노숙인을 품는 사역으로 지역의 사랑을 받는 교회다. 대구역에서 토요일마다 이뤄지는 무료급식에는 250명 넘는 노숙인이 찾는다. 이 목사는 “인생이 힘들어 주저앉았을 때 비로소 삶을 돌아보게 된다”며 “세상에 상처받은 이들이 하나님을 알고 새 삶을 여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대구=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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