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바가트 윌리암 자크하르. 월드워치 모니터 캡처
이집트 크리스천들이 죽음의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극단적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공공연하게 살해 위협을 퍼붓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크리스천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가 이어지면서 크리스천 거주지는 공포와 엑소더스의 혼란으로 가득하다.
전 세계 박해 받는 크리스천의 소식을 전하는 ‘월드와치모니터’는 최근 북시나이 반도의 주도인 엘 아리시에서 지난해 2월 바가트 윌리암 자크하르(40)가 괴한들에게 피살된 이후 크리스천을 겨냥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 아리시는 원래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내던 곳이었다. 바가트의 아들 마르코스(17)는 “이 곳은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었다”면서 “우리 가족은 무슬림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크게 변했다고 한다. 바가트의 아내 포지야는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모든 게 변했다”면서 “그들은 매우 엄격한 이슬람인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민자들은 크리스천들에게 도시를 떠나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실제 살인 사건들이 일어났다.
바가트의 아내와 아들. 월드워치 모니터 캡처
바카트가 첫 번째 희생자였다. 주일 아침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무슬림 친구와 함께 병원을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복면을 한 두 명의 괴한들이 병원으로 들어온 뒤 바가트를 거리로 끌어냈다. 괴한들은 총부리를 바가트의 머리에 겨누고 이슬람 개종을 요구했다. 바가트가 거절하자 괴한들은 존경받는 수의사의 머리와 몸에 총을 쐈다.
괴한들은 IS 대원들로 알려졌다. IS는 북시나이 반도에서 크리스천들을 몰아내기 위해 테러를 자행했다. IS는 지난해 2월 “이집트 콥트교도를 모조리 쓸어 버리겠다”고 선언했고 크리스천들이 피살되는 사건이 빗발쳤다. 엘 아리시에서 탈출하는 크리스천들이 이어졌다.
이슬람국가(IS)의 영문 선전잡지 '다비크(Daviq)'가 공개한 이집트 콥트교인들의 모습.
콥트는 이집트 기독교인이다. 7세기 이집트가 이슬람화된 뒤에도 굴하지 않고 기독교 신앙을 지키며 세계 교회의 중요한 분파로 살아남았다. 현재 이집트 인구의 20%가 콥트 기독교인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갖은 박해와 위협을 받고 있다.
바가트 가족들도 엘 아리시에서 200㎞나 떨어진 곳으로 피신했다. 바가트의 아들 마르코스는 어떤 고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을 생각이다. 마르코스는 새 집에 걸린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신념을 지킨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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