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오십여 년 만에 헤어진 딸을, 아들을, 형님을,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 20일 속초에서 동해선 7번 국도를 따라 민간인 통제구역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출입심사와 통행검사를 위해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높은 버스에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몇 시간 후면 금강산에 도착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수고로움은 잊은 표정이다.
금강산에 도착 후 온정각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산가족 분들은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에 나눠 짐을 풀었다.
잠시 여독을 풀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첫 단체상봉,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는 북측 가족분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남측 가족을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북측에서 준비한 약과와 사과 그리고 배향사이다가 준비되어 있었다.
"고생했다", "살아줘서 고맙다“, 엄마 품에 꼭 들어오던 네 살배기 아들은 이제 일흔한 살이 되었다.
네 살 때 헤어진 아들을 처음 만난 이금섬(92) 어르신. 아들 리상철(71) 씨를 보자마자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피난길에 남편과 아들을 두고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어머니를 위해 아들 상철 씨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네 이가 나를 닮았다! 내 이가 틀니가 아니라 튼튼한데, 너도 내 이를 닮아 이가 고르구나“
약 70년 만에 만난 아들과 서로 닮은 점을 찾는 이금섬 어르신,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왔을 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을 전했다.
"어디서 누구랑 살았니?"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니?"
"어디로 시집갔니?“
68년 전, 세 살 때 헤어진 딸을 만난 황우석 어르신(89). 어르신은 오랜 시간 가슴에 꼭꼭 담아두었던 물음을 풀어놓았다.
아버지를 똑 닮은 딸 황영숙 씨는 이제 일흔 하나가 되었다. "외갓집에서 엄마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셋이 살았어요. 친할아버지네 댁도 자주 계속 다녔고요. 할아버지가 앵두랑 살구 익으면, 고모들 먼저 안 주고 꼭 제가 가야지 따서 주셨어요“
딸 황영숙 씨는 아버지 대신 쌓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아홉 살에 헤어진 형님을 만난 이수남(77) 어르신, 형제가 함께 남산에 올라 늑대와 여우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이수남 어르신은 형님 리종성(86)씨 에게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형님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하지만, 이수남 어르신은 “앞으로 천천히 사진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형님도 기억이 떠오를 것”이라며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이어진 단체상봉, 남측 상봉단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북측에서는 185명의 가족이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엄마 없이, 아빠 없이, 동생 없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른 가족들은 잘살고 계신지,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는지.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나니 두 시간이 금세 흘렀다.
짧은 첫 만남이 끝나고, 잠시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단체 만찬이 이어졌다. 환영만찬 메뉴로는 오곡밥, 돼지고기 완자탕, 버섯남새볶음 등이 준비되었다.
헤어지지 않았다면, 매일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했을 식사. 가족들은 서로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 못 나눈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있었던 두 번의 단체 만남에 이어, 21일 개별 상봉 시간, 가족마다 객실에서 갖게 되는 세 시간의 만남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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