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남인사마당에 ‘대한독립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700여명의 재외동포 학생이었다. ‘2018 재외동포 중고생·대학생 모국 연수’에 참가한 이들은 한 손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엔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의 깃발을 들고 99년 전 같은 자리에서 있었던 3·1만세운동을 재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온 박재형(19)군은 30도를 훨씬 웃도는 더위에도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박군은 앞서 전북 임실 3·1동산에서 재외동포 학생들을 대표해 현대식으로 풀어쓴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박군을 30일 경기도 화성의 한 리조트에서 만났다.
박군은 2살 되던 해 부모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민을 갔다. 줄곧 그곳에서 자랐지만 한국어가 유창했다. 덕분에 독립선언문을 낭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군은 “99년 전 선조들이 읽었던 독립선언문을 읽는데 어눌하면 안 되지 않나. 또박또박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뽑힌 것 같다”고 말했다.
박군은 독립선언문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라는 표현에 많은 의미를 뒀다. 그는 우리라는 말을 ‘당사자’로 해석했다. 박군은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숨죽여 왔던 우리 선조들이 3·1운동을 시작으로 당사자의 입장에 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우리의 일임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힘없는 자의 설움이 느껴지기도 해 슬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군은 어려서부터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 일제 탄압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고 했다. 2년에 한 번씩 한국에 올 때도 역사박물관 등 독립과 관계된 유서 깊은 장소들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곳이 태화관이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그의 입에서 나왔다.
박군은 “유혈사태를 우려해 애초 예정됐던 탑골공원에서 태화관으로 선언문 낭독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안다”며 “전날(29일) 태화관 근처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는데 99년 전 이곳을 선조들이 목숨 걸고 걸었을 것을 생각하니 숙연해졌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3·1운동이 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이 중심이 돼 시작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전국 9개 지역에서 만세운동이 시작될 때 서울을 제외한 8곳이 교회였단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박군은 “3·1운동에 기독교인 등 종교인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어려운 상황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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