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성찬식에 사용하는 성물(전병과 포도주, 로마 가톨릭의 ‘성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한 여성우월주의 인터넷 사이트에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전병에 예수님을 희화화한 문구를 적은 뒤 불태운 사진이었다(사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성체 모독은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이며 이 같은 행위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면서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개신교인들은 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하지만 ‘성체’에 대해선 천주교회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신성모독까지 거론할 정도로 성물 자체가 거룩한가 하는 점에서 관점이 다른 것이다.
관점 차이는 종교개혁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개혁자들은 로마 가톨릭교회와 성찬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가톨릭교회는 성물을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는 ‘화체설’을 택하고 있다. 성찬식 성물이 사제의 축복을 통해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한다는 교리다. 1551년 트렌트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공식 입장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개신교는 ‘기념설’을 견지한다.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임재하시는 게 아니라 성찬은 단지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기념이며 상징이라는 것이다. 츠빙글리의 견해가 대표적이다. 종교개혁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었다. 마르틴 루터는 예수님이 떡과 포도주에 함께한다는 ‘공재설’을 주장했다. 반면 장 칼뱅은 ‘영적 임재’로 해석했다. 신자들이 떡과 포도주를 믿음으로 받을 때, 그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성령께서 그 떡과 잔을 통해 그리스도의 살과 피의 공로와 능력을 전달해 준다는 의미다.
한국교회는 기념(상징)설과 영적 임재설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경우 2008년 채택한 ‘예배·예식서’에서 “성물을 준비할 때부터 몸과 마음을 성스럽게 준비하며 성찬식에 참여하는 성도들도 거룩한 성찬에 참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처럼 성물을 신성시하지는 않지만 함부로 다뤄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교회 예전 전문가인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1982년 채택한 리마예식서에서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은 성찬에 대한 양측 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다만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성물 자체를 예수님의 몸으로 연결짓기보다는 ‘예수님의 성찬’ 자체가 거룩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기념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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