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저기 보세요. 저기 산을 깎아 만든 곳이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공사 현장입니다.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보이죠?”
11일 경기도 용인시 지곡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만난 최병성(55·사진) 목사는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목사다. 최 목사는 인근 초등학교 앞에 들어설 연구소가 이웃 주민과 어린이의 주거·교육 환경을 해친다며 반대하다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3년여 소송전 끝에 지난달 24일에서야 무죄를 선고받았다.
“몸무게가 7㎏이 빠져 57㎏까지 떨어진 적도 있어요. 악몽도 꿨죠. 연구소의 환경훼손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만 1000페이지 넘게 썼어요.”
어느 환경단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혼자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희끗희끗한 머리 아래로 얼굴 살은 쏙 빠져있었다. 그런데도 최 목사가 일을 멈추지 않은 건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최 목사는 1994년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수도원 운동을 위해 강원도 영월군 서강을 찾았다. 그 후 99년 깨끗한 강 한가운데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반대하기 위해 환경보전 자료를 수집하다 강이 한반도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것을 발견한다. 최 목사는 “한반도 지형을 찾아낸 순간, 마치 하나님의 선물과 같이 느껴졌다”며 “공사는 중단됐고 영월군 최대 관광지가 됐다”고 회상했다.
최 목사는 이때부터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을 교회로 삼고 자연을 지키는 목사가 됐다. 그동안 4대강 사업 현장을 모두 다니며 공사 현장을 기록했고 그에 관한 강연만 300회 넘게 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2014년 공기 좋다는 지곡동으로 이사했고 1년이 지나 학교 인근의 난개발 현장을 거짓말처럼 마주하게 됐다. 직접 사진 찍고 사람을 만나며 공사를 반대하는 증거를 모았다. 이날 공사장 인근 1092세대 아파트 초입에는 최 목사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들이 내걸려 있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 목사의 형사재판 외에도 최 목사 등 주민 50여명에게 업체가 제기한 19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최 목사와 주민들이 제기한 공사중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까닭이다.
“왜 목사가 환경운동을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사니까 당연히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열심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눈을 지니면 지키고 싶은 용기가 생깁니다.”
국민일보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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