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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통일 과정서 약자인 北 더 배려해야”

‘통독의 산증인’ 크레첼 목사 ‘독일 통일에서 교회 역할’ 강연

등록일 2018년06월08일 17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베르너 크레첼 목사가 7일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교회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뉴서울타임스] 극적으로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통일 독일(통독) 현장의 산증인’인 베르너 크레첼(78) 목사가 7일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 있을 법한 상황과 이에 따른 교회 역할을 제시했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교수)과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공동 주최로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세미나 자리에서다. 

‘독일 통일에서의 교회 역할’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120여명의 청중은 공산주의 치하 동독에서 28년간 목회했고 독일개신교회(EKD) 전권대사 및 감독 등을 역임한 노목사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적 중재자 역할 맡은 동독 교회

1940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크레첼 목사는 베를린 장벽 설치가 한창이던 61년 동생과 스웨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동베를린에 있던 그의 가족 모두 스웨덴에 계속 있길 권했다. 하지만 그는 ‘동독에도 목사가 필요하다’며 동독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동독이 50년대부터 서독 목회자의 유입을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레첼 목사는 “당시 적지 않은 서독 신학자들이 무신론과 맞서 싸우기 위해 동독으로 찾아갔다”며 “이때 온 신학자 가운데는 현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아버지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공산주의 치하 동독교회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서독교회의 재정 지원으로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80년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이나 평화운동가 등이 동독교회 지붕 아래 모일 수 있었다. 이는 라이프치히 월요기도회에 수만 명을 모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동독교회는 장벽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그 이후에 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장벽 붕괴 이후부터 통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동독 사회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동독교회는 독재자를 향한 복수극이나 약탈 등 무정부 상태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회적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섰다.

동독 붕괴 이후 과도정부 격인 원탁회의에 야당 및 공산당 지도자와 함께 목회자들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 예다. 크레첼 목사는 당시 동베를린 대표로 원탁회의 진행을 맡았다. 그는 “원탁회의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 꽤 연출됐지만 재치 있는 답변으로 분위기를 바꾸거나 주님이 주신 지혜로 문제를 풀어나갔다”며 “한국에도 통일 전 분야별 원탁회의가 마련돼 북한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약자’ 북한의 말에 귀 기울여주길 

 통일 후 서독 정부는 동독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독 내 통신,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사정이 나아졌고 치솟던 실업률도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동독과 서독 간의 경제적 불균형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독교회는 동독인의 어려운 상태를 위로하며 이들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동독교회가 성도의 영적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왔다. 

크레첼 목사는 이때 서독교회가 보여준 ‘약자 환대’의 정신이 현재 정부의 난민정책 및 환경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메르켈 총리가 이런 정책을 용기 있게 추진할 수 있던 건 그간 독일교회가 걸어왔던 발자취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서독과 동독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교회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통일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서독과 동독교회 간 불균형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크레첼 목사는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 사회·교회에 이렇게 제안했다.

“앞으로의 통일 과정에서 약자인 북한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하십시오. 통일 이후 많은 분야에서 서독은 동독의 가치관과 문화를 무시한 채 서독만의 기준을 동독에 주입하곤 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독일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랍니다.”

국민일보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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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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