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교회에서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는데 한 집사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가족도 같은 교회에 다니는데 말도 못하고 너무 고통스럽습니다.”(이미경·가명·여)
“담임목사님이 제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어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는데, 여전히 목사직을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출소해서 다시 목회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습니다.”(김정연·가명·여)
몇몇 교단 총회 본부로 들어온 성폭력 피해 제보 내용이다. 사회보다 교회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터놓고 얘기하기가 더 껄끄러운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교단들이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예방·상담·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지난 23일 성폭력 상담전화(02-6959-2191)를 개설했다. 전문 상담사인 이두경 목사가 담당한다. 시범 기간인 6월 한 달 동안 매주 화·금요일 이틀간 상담창구를 열어 둘 예정이며, 상담 횟수 등을 감안해 추후 상담 일자를 조정할 계획이다.
전화 상담을 시작한 이 목사는 30일 “여성들의 상담은 우울증이나 신앙상담 등 다양한 주제로 시작하지만 결국 성범죄에 노출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면서 “경험에 비춰볼 때 상담에 응한 여성 중 30% 정도가 성범죄에 노출됐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교단이 직접 성폭력 상담에 나서는 데 대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여성들이 편하게 하소연하고 상담할 통로가 생긴 것만으로도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성범죄는 피해자가 감출수록 심각해지고 드러내 놓고 상담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 총회는 기독교여성상담소와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장로회신학대 희망나무센터 등 전문 상담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피해자를 집중 지원키로 했다.
교회와 기독시민단체가 손잡고 성폭력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와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공동으로 ‘기독교 반성폭력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현재 피해자 상담·지원뿐 아니라 교회 내 성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양성평등위원회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목회자에 대한 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관련법을 강화해서라도 범죄 사실이 입증된 목회자가 다시는 설교를 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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