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폭력이 만연한 세상이다. 가벼운 논쟁에도 주먹이 올라오는가 하면 사소한 말다툼이 난투극을 부르기도 한다. 저마다 평화를 강조하며 폭력을 법으로 다스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폭력문화에 대처하는 기독교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총기난사·집단폭력 만연 왜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10명이 숨졌다. 앞서 2월에는 플로리다주에서 무려 17명이 교내 총기 사고로 사망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인 복스(Vox)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교내 총기사고는 총 28건이었다. 모두 40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44건의 총기사고로 25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한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총기 폭력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사는 미국의 현주소다.
총기만 들지 않았지, 한국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에서는 택시 승차 문제로 20∼30대 젊은이들 간에 시비가 붙어 피해자의 한쪽 눈이 실명에 이르는 집단구타 사건이 발생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살인·폭행을 포함한 강력 범죄는 28만4852건 발생했다. 매일 전국에서 780건의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과 SNS상에서 댓글 등의 언어폭력이 송사로 번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폭력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프랑스 출신의 기독교 변증가 르네 지라르는 ‘희생양 메커니즘’에 있다고 본다. 그는 저서 ‘욕망, 폭력, 구원의 인류학’에서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기 때문에 경쟁과 갈등, 증오가 생긴다”면서 “갈등 해결 과정에서 ‘폭력을 떠안아야 할 희생양’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사회환경적으로는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의 범람도 폭력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폭력을 선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여호와는 의인을 감찰하시고 악인과 폭력을 좋아하는 자를 마음에 미워하시도다.”(시 11:5)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폭력을 싫어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구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표 참조). 지라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와 전설 가운데 성경만이 유일하게 폭력의 악함을 꾸짖는다”고 말한다. 특히 구약에서는 에스겔이나 오바댜 등 선지자들을 통해 폭력의 결말이 좋지 않음을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문화 한복판에서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기독교인들은 헷갈릴 때가 많다. ‘폭력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대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크리스천은 폭력을 선으로 극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음행을 저지른 여자를 돌로 치려는 바리새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땅바닥에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현명함을 끊임없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황윤태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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