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우리가 생명의 다리가 되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고통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랑을 나누는 일에 참여하게 하소서.”(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기도문)
지난 24일 석양이 내려앉은 오후 6시. 실의에 빠진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는 ‘한번만 더’ 동상을 둘러싼 채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겠다”는 기도가 서울 마포대교 위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손엔 ‘당신의 내일을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말해 줘요 힘이 들 때. 약속해요 안아주기로’ 등 위로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들렸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 교수)가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기도회 현장이다.
라이프호프가 이곳을 찾은 건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한강교량 중 ‘투신자살 1위’라는 오명이 붙은 마포대교에서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다. SOS생명의전화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마포대교는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살시도자 누적 상담건수 4534건을 기록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지난해 교량 자살시도자 320명 중 104명(32.5%)이 마포대교를 선택하기도 했다.
기도회에서 라이프호프 이사장 임용택(안양감리교회) 목사는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나를 인정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삶의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서 “죽음 가운데 있는 우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키 퍼슨(Key person)’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처럼 우리가 상처받은 이웃에게 ‘키 퍼슨’이 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는 누군가에게 밟히면서 목적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크리스천들의 헌신이 밀알이 되어 죽음을 생명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기도회 후에는 마포대교 남북단을 왕복하는 자살예방 캠페인 활동이 펼쳐졌다. 10개 교회 성도들과 자원봉사자, 자살예방 강사 등 40여명은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문구와 자살위기 상담전화 번호가 적힌 카드를 전하며 생명의 귀중함을 알리는 일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8세 아들과 함께 참석한 김미나(38·여)씨는 “최근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은 낮아지고 있는데 청소년 자살률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직 고난을 이겨낼 힘이 약한 아이들이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마포대교를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였다. 현황 설명에 나선 김태완 경사는 “하루 전에도 투신하려던 20대 여성을 구했다”며 “마포대교에서만 하루 평균 4건의 자살시도 신고가 접수된다”고 말했다. 설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접한 원효대교에서 학생 2명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김 경사는 “타 지구대에 비해 자살 관련 사건이 많다보니 경찰관이 직접 시도자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 근황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교량 주변에서 진행되는 캠페인 활동은 자살예방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백을 메워주는 지원군 같은 존재”라며 감사를 전했다.
조성돈 대표는 “자살시도가 잦은 교량 근처에서 사역하는 교회가 앞장서 정기적으로 순찰활동,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친다면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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