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이 퇴임을 하루 앞두고 퇴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관행과 문화,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데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20대 전반기 국회의 가장 큰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를 꼽았다.
또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1년 반이나 가동했는데 국회 개헌안 하나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성적표"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해 (임기 내 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소외를 밝혔다.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선 "아직도 내용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오늘 본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오늘 꼭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피감기관지원 국외출장 원칙적 금지(제도개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등 중앙 공공기관이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첫 사례로 국회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선도역할 했다고 밝히고, 현직 근로자 근무상한연령 최대보장, 비정규직 총 286 직위를 정규직 직위로 전환했다.
복지포인트 지급, 건강검진 등 처우개선 확대했다고 성과를 밝히면서 함께 국회의원실 인턴제도 개선해 정규직화 기조에 맞춰 의원실 인턴 1명을 보좌직원으로 전환해 일하는 국회 구현했다고 했다.
정 의장은 2년간의 임기 동안의 성과로 법안 처리(19대 국회 전반기 대비 13% 이상 증가), 의회외교 강화, 의원 불체포특권 남용 막기·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금지 등 국회 특권 내려놓기 등을 꼽으면서도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의사결정에 걱정스러웠다"며 "그러나 20대 국회가 불체포특권 제도를 개선해 소위 말하는 방탄국회는 이미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또 '국회 특수활동비 내용을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을 두고선 "특활비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난 후 국회 특활비를 (두 해에 걸쳐) 각각 23%, 35% 삭감해 원래 80억원 정도였던 특활비 예산을 내년에는 40억원 정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뒤 "지역구 의원의 역할을 잘하겠다. 정치에 남아 있으면서 정치 발전과 좋은 인재 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퇴임 기자간담회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숨 가쁜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국민 앞에 낯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도 있었고
기쁘고 보람찬 일들도 많았습니다.
국회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의장이란 자리가 왜 중요한지
절감했던 2년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국회운영의 세 가지 원칙과 철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국민께 드리는 약속임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굳은 다짐이었습니다.
의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 다짐을 모두 실현해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왔다는 사실만큼은
감히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청소근로자분들을
직접 고용하겠다 말씀드렸고,
그 약속 지켜냈습니다.
비록 거창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국회가 앞장서서 우리사회의 고용의 질을 높이고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일구어 낸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국회가 가진 특권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이를 위해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와
무분별한 증인채택 관행 등도 개선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국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바도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19대 국회 동기대비
법안처리 실적도 13% 이상 높였고,
여야합의에 의한 예산안 처리 관례도 정착시켜왔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가장 큰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대통령 탄핵입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
헌정의 중단과 국정공백 없이
새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 국회가
들불처럼 일어선 민심을 깊이 헤아린 결과이자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장으로서 다당체제로 출발한 20대 국회의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여
대화와 소통으로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습니다.
뒤에서 재촉하는 의장이 아니라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의장이 되기 위해 땀흘려왔습니다.
또한 87년 개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
개헌 문제를 공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비록 6월 개헌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축적해온 개헌 논의와
새 헌법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와 열망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여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 속도와 방향 모두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습니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먹구름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바람에 빠른 속도로 밀려나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이 거셀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단기적 현안해결을 넘어
중장기 국가 비전과 전략 수립이 절실합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법을 제정하고
바로 오늘 연구원이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국회미래연구원은
국내외 싱크탱크와의 긴밀한 협력과 선의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연구원 개원을 계기로 우리 국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의 숲이 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초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은
근현대사에 수많은 고난과 굴곡을 낳았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외교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20대 국회는
한반도 문제 해결과 국익창출을 위해
의회외교의 외연과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대한민국 주도로 창설된 믹타 국회의장회의와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를 정례화하고
적극적 다자외교 전개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왔습니다.
또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 순방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고,
다양한 채널의 의회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냈습니다.
2016년 국회 역사상 최초로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이 함께 미국을 방문하고,
의장 직속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을 결성하는 등
초당적 의회외교의 물꼬를 텄습니다.
대통령 리더십이 부재하던 시기에는
정부외교의 공백을 의회외교로 보완하면서
대한민국 공동체의 위기극복에 앞장선 바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초당적 의회외교의 문화를 잘 살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국격을 높이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렇듯 우리 20대 국회는
지난 2년간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해왔습니다.
그러나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1년 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개헌과 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대결적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다당체제에 걸맞은 협치의 모델을 확립해나가야 합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여기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짧게는 지난 2년,
길게는 70년의 세월 동안 우리 국회는
주권재민의 도도한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제헌 70주년과 국회개원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지난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지만
공동체의 화합과 지속가능한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진정한 의회주의자,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역사 앞에 당당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그간 따뜻한 격려와 관심,
애정 어린 질책과 조언으로 이끌어주신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동료 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열과 성을 다해 지원해준
국회 사무처와 도서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가족과
비서실 직원 여러분의 노고 잊지 않겠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작은 발자취가
후대에 유의미한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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