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 B관 소예배실. ‘클래식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어린이와 학부모 3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주제는 ‘미켈란젤로의 변명’이었다.
“미켈란젤로 선생님 나와 주세요.” 사회자 안내에 따라 노인 분장을 하고 페인트가 묻은 앞치마를 둘러맨 미켈란젤로가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힘차게 박수를 쳤다.
“진정한 예술은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표현한 것이오. 교회가 무식하니 세상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오. 옷을 입었나 안 입었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이에요.”
액자 형식의 연극에서 미켈란젤로를 인터뷰하는 현대 인물이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그의 작품에 유독 옷을 벗은 인물이 많다는 지적에 노인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신앙관을 설명했다.
미켈란젤로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50여명의 아이들은 무대 앞 계단에 걸터앉아 연극에 집중했다.
이날 진행된 제9회 클래식 예배는 삼일교회(송태근 목사)가 온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예배의 주제를 인문고전에서 끌어내 성경과 클래식을 접목했다. 2016년부터 매년 분기별로 진행됐고 지금까지 바흐의 음악과 윌버포스의 연설 등을 다뤘다.
연극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과거 여행을 통해 동시대 인물인 사보나롤라와 보티첼리 등의 인물도 흥미롭게 다뤘다. 교회학교 교역자뿐 아니라 성우 기자 배우 등 전문가들이 동참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교회 건물 곳곳에서는 ‘화가들의 눈에 비친 교회’라는 주제로 빈센트 반 고흐, 렘브란트 반 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명화 36점이 전시됐다.
교육디렉터 박양규 목사는 “성경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음악 미술 등 인문학에 녹아 있는 성경적 가치를 뽑아내 다양한 형태로 설교하는 것이 클래식 예배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획일화된 교육을 고집하기보다 시대 흐름에 맞춰 성경을 가르친다면 다음세대를 일으키는 교회학교 교육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 예배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인기가 높다. 자녀와 매번 클래식 예배에 참여한다는 김선영(44·여) 집사는 “성경 속 이야기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 같은데 클래식 예배를 통해 현실 속에서 크리스천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온 원동찬(9)군은 “이번 클래식 예배가 제일 재밌었다”며 “화가 미켈란젤로라고만 알았는데 연극을 보니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은 멋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안정숙(46·여) 집사는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예배가 표현되는 것이 흥미롭다”며 “평소 관심 있던 예술가의 신앙관을 보고 싶어 참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민일보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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