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 없는 날(악귀의 영향이 없는 날)과 장승, 부적, 제웅치기(짚으로 만든 인형을 제거해 액운을 없애는 의식) 등 구한말 성행한 무속신앙에 대해 초창기 한국 선교사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는 8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86회 정기세미나를 열고 구한말 선교사 관련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소 윤은석 연구위원은 ‘초기 내한 선교사들의 한국 무속 이해’ 논문에서 초창기 선교사들은 조선의 토착종교를 유교, 불교, 무속신앙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속신앙은 모든 종교 근간이 되는 ‘영향력 있는 신앙체계’로 평가했다.
당시 조선인은 무속신앙의 영적 존재인 귀신이 물, 불 등 자연뿐 아니라 집, 마을 등 온 세상에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선한 영은 복을, 악한 영은 재앙을 준다고 생각해 무당이 선한 영을 매개로 악귀를 쫓아주길 기대했다. 무당은 점복, 부적, 치성, 굿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각종 재앙과 귀신을 몰아내는 의식을 행했다.
이러한 귀신관 때문에 내한 선교사가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의료선교사 호레이스 알렌은 1885년 2월 일기에서 명성왕후가 경복궁 수리를 위한 목재가 불에 타자 미신적 사고로 낙심했다고 썼다. 악귀의 소행이라는 생각에 불안해했다는 것이다. 또 명성왕후 장례식도 풍수전문가가 정해준 ‘손 없는 날’에 진행됐다는 기록을 남겨 날짜에도 귀신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풍습을 전했다.
당시 유행했던 천연두도 악귀를 달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흔했다. 알렌, 언더우드 등 여러 선교사들은 천연두를 ‘호구별상’이란 악귀가 불러오는 것으로 믿어 귀신을 달래기 위한 음식은 차리지만 치료약은 거부하는 조선인에 대한 기록을 다수 남겼다. 약을 먹으면 귀신이 노한다는 이유였는데, 이 때문에 증세가 심할 경우엔 염증으로 실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같은 현상은 초창기 선교사에게 무속신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윤 연구위원은 “선교사들은 무속신앙을 무속인의 탐욕으로 인한 쓸모없고 비윤리적이며 기독교 전파의 방해세력으로 이해했고 이를 제거대상으로 삼았다”며 “두려움을 이용해 무속인이 탐욕스레 돈을 버는 비윤리적 신앙체계를 무속신앙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한 서울신대 전도학 강사는 논찬에서 “무속신앙은 지금도 기독교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무속신앙과 싸우면서도 수많은 영혼을 섬긴 구한말 선교사처럼 오늘날 목회자도 세상을 품는 동시에 영적 전투를 펼치는 영혼 구원의 길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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