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고대 그리스어에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는 두 개가 있다. ‘크로노스’가 계량화할 수 있는 일반적 시간 개념이라면 ‘카이로스’는 특별한 계기나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결정의 시간, 기회의 시간을 의미한다. 신약성경 마가복음 1장 15절에 등장하는 ‘때가 찼고’의 ‘때’는 이 카이로스를 번역한 말이다. 예수는 이 말씀에서 하나님의 카이로스가 찼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선포했다. 카이로스는 하나님이 정하신 은총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다.
29일 저녁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벧엘성전에서 시작된 ‘통일을 위한 40일 24시간 예배와 기도(40일 기도)’는 한반도 평화를 여는 카이로스의 파도를 타려는 신자들의 모임이다. 40일 기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달 8일까지 24시간 쉬지 않고 계속된다. 통일을 위해 40일간 24시간 연속하는 기도는 국내 처음이다.
이날 메시지를 전한 국제예수전도단(YWAM) 설립자 로렌 커닝햄 목사는 “한국과 북한을 위한 기도는 두 나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 기도는 전 세계를 향해 나간다. 모든 대륙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구소련 연방 15개국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반도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당시엔 소련에 복음이 들어갈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철의 장막을 걷으셨습니다. 복음의 파도가 온 세계를 덮을 것입니다. 세밀한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시다.”
40일 기도는 미국과 호주 크리스천도 참가했다. 이날 기도원 바닥엔 800여명이 의자에 앉거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어린 아이부터 청년,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들은 제주열방대 찬양팀인 ‘원보이스’의 인도에 맞춰 찬송하며 기도했다. 주최측 이주만 선교사는 “한국과 북한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모든 우상을 훼파하고 오직 하나님만 섬기도록 기도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박예영 이사장은 “한국교회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모두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은 비평할 때가 아니라 기도할 때다. 주일마다 참석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40일 기도는 4년 전 한국계 미국인 마크 조 목사(하와이 코나 열방대학 동북아시아 DTS 학교장)가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북한을 방문했었고 2018년 4월 29일부터 기도하라는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다소 신비적일 수 있지만 날짜가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어서 의미심장하다.
40일 기도는 미국 시애틀 형제교회(권준 목사), 부산 수영로교회, 한동대 등에서 돕고 있으며 브라질 스웨덴 일본 베트남 등 국내외 70여개의 교회와 신자, 예배팀 등이 참여한다.
파주=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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