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책(199장)
사람들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좋고 나쁜 경험을 하며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게 우리 인생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생길에 나침반 같은 길동무가 있다면 어떨까.
크리스천에겐 자기만의 특별한 성경구절이 있을 것이다. 성경은 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영향을 끼치며 변함없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단 한 권의 책이다. 성경말씀의 가치는 성경내용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해 성경을 읽고 연구하다가 도리어 하나님을 영접한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높이 평가된다. 영화 ‘벤허’의 작가 루 윌리스도 성경의 불합리와 모순을 폭로하고자 성경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다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런 성경을 가장 잘 표현하며 만들어진 노래가 찬송가 ‘나의 사랑하는 책’(199장)이다. 이 찬송을 부르고 있으면 찬송가 가사에 있는 것처럼 어릴 때 읽어주시던 어머니의 성경말씀, 예수님이 그려져 있던 작은 상 위에 성경을 놓고 읽으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해주시지는 못했지만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믿음의 말씀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 지금까지도 힘이 되고 있다.
이 찬송의 작사가인 윌리엄스 목사도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 찬송을 지었다. 찬송의 배경은 1893년 보스턴에서 6000명 정도 모였던 ‘세계기독교사역자집회’다. 그 집회에서 윌리엄스 목사는 ‘성경’을 주제로 설교하게 된다. 그는 설교 후 함께 부를 찬송가를 찾지 못하자 틸만 목사에게 알맞은 찬송가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틸만 목사는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고 32곡의 성가집을 출간했다. 틸만 목사는 윌리엄스 목사에게 작사를 해주면 작곡을 하겠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목사는 조용히 성경을 붙들고 기도를 드렸는데, 문득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성경을 보게 됐다. 그의 어머니가 오랜 세월 고이 간직해온, 눈물을 흘리며 읽고 애독하다가 자신에게 물려준 손때 묻은 그 성경이었다. 기도 후 성경 뒤 빈 공간에 연필로 ‘어머니의 성경(My Mother’s Bible)’이라고 썼다. 그리고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가르쳐주셨던 말씀, 또 성경을 얼마나 사랑했고 읽으며 눈물 흘리셨는지 그 어머니 모습을 그대로 적어내려 갔다. 15분도 못 돼 작사를 했고 틸만 목사는 그 시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며 순식간에 곡을 완성했다.
찬송이 만들어진 배경처럼 어릴 때부터 성경말씀을 통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스마트폰 하나면 수많은 정보와 글을 접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악성 댓글이나 비방으로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크리스천만이라도 자녀들에게 이 찬송가의 어머니처럼 먼저 성경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사랑하는 모습으로 본이 됐으면 한다. 한 구절의 성경말씀은 자녀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침반이 되어 매 순간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으로 그 말씀을 들려줄 것이다.
나도 요즘 스마트폰으로 성경말씀을 자주 읽는다. 하지만 오늘은 어머니의 낡은 성경책은 아니지만 나의 손때 묻은 성경을 펼쳐야겠다.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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