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이 두 장만 남은 걸 보며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 11월이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곳곳이 절경을 이루고 사람들은 단풍구경으로 가을의 끝자락을 추억으로 남기는 시기다. 크리스천에겐 가장 큰 절기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교회마다 여러 가지 행사로 추수감사절을 기념한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보다 추수감사절이 가지는 본래의 감사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수감사절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청교도인들이 미국 땅에 도착해 첫 번째 거둬들인 농작물을 가지고 1621년 감사예배를 드린 것에서 시작됐다. 청교도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많은 가족과 동료들이 죽는 슬픔까지 겪었지만, 적은 양의 곡식으로나마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 예배를 시작으로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미국 전역의 연례적인 절기로 공포했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에겐 가장 긴 휴가로 우리의 명절과 같다.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고 소식을 주고받는다. 한국교회에서는 1904년부터 추수감사절을 지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절기에 많이 불리는 찬송은 ‘넓은 들에 익은 곡식’(589장)이다. 1885년 톰슨이 시를 썼고, 클렘이 작곡했다. 원곡은 3절까지 있으나 우리나라 찬송가에 수록되면서 4절이 추가됐다. 또 4분의 3박자 곡이 8분의 6박자로 소개됐다. 음악적인 짜임새는 두 도막 형식의 16마디로 되었으며, 멜로디만 불러도 서정적인 선율이라 따라 부르기에 좋다. 멜로디(소프라노)와 알토, 멜로디와 테너 혹은 베이스 2성부로만 불러도 화음이 잘 어울린다. 4부로 부를 때도 기본적인 주요 3화음으로 배치돼 있어서 듣기에도 아름답다.
이 찬송은 마태복음 9장 35∼38절 말씀을 바탕으로 쓰였다. 원제목이 ‘The call for Reapers’로 마태복음 말씀에 나오는 추수할 일꾼들을 ‘부르심’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1절은 한 알의 씨앗을 통해서 풍성하게 익어있는 곡식의 기적을 그림처럼 묘사하고 있다. 2절은 이 찬송의 주제인 부족한 일꾼을 부르심, 3절은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쳐서 헌신할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 4절은 열심히 사명을 다하면 주님이 베푸신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감사의 중요성을 알지만 세상에서 나만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청교도들이 적은 양의 곡식으로도 감사의 예배를 드린 것처럼 또한 이 찬송에서 추수할 일꾼으로 우리를 부르신 그 은혜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나눔과 도움을 감사히 여기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 또한 우리에겐 감사할 일이다.
얼마 전 사랑하는 여동생이 갑자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숨을 쉬고, 말을 하고, 들을 수 있고,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말이다. 이런 일상의 감사를 깨달으며 동생도 하루빨리 완쾌돼 남들처럼 살아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감사는 감사를 부르고 축복을 낳는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우리 모두 추수꾼의 사명을 잘 감당함으로써 주님의 간절한 부르심에 화답하며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진상<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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