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 36년간 그들의 압제 하에서 지내다가 8·15 해방을 맞았지만 몇 년 안 돼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현재는 어떠한가. 세월호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 같은 여러 일들로 아픔과 갈등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민족은 단결했다. 일제 강점기엔 독립운동으로, 지금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모아 안정된 대한민국을 이뤄냈다.
호국의 달 6월이면 교회에서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580장)을 많이 부른다. 애국자 한서 남궁억(1863∼1939) 선생이 1907년에 작시한 애국가와 같은 찬송이다. 노래 가락은 도니제티(1797∼1848)의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2막8장에 나오는 루치아의 결혼식 하객들이 축하 합창을 부르는 부분을 편곡해 만들었다.
남궁 선생은 우리 민족이 일제 침략 아래에서 온갖 수모를 겪기 시작할 무렵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마 9:37)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지었다. 민족혼을 일깨우고 애국심을 고양시키려는 마음이 찬송가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이 노래는 우리민족의 가슴속에 있던 애국심의 불씨를 되살리며 전국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다. 일본경찰이 이 찬송을 꺼려해 1937년 3월에는 부르지 못하게 하는 금지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찬송은 계속 퍼져나갔고 애국운동을 하게 되는 촉매제가 됐다.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1절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 일하러 가세 일하러가.’ 2절 ‘봄 돌아와 밭 갈 때니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 국민의 80% 이상이 농민이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일하러 가세, 밭 갈러 가자’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백성들에게 근면하게 조국을 위해 일하러 가자고 권면하며 방방곡곡에서 일꾼을 찾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3절 ‘곡식 익어 거둘 때니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도 왜 일꾼이 필요한가를 농사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일하는 게 하나님의 명령이니 일하러 가자는 것이다.
이 찬송은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이 애국가 다음으로 독립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른 노래였다. 남궁 선생은 민족정신, 신앙정신, 하나님사랑을 이 노래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이 민족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를 여행해보면 교회 안에 자국의 국기를 예배당 한 편에 놓아두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교회에서부터 나라사랑을 가르치고 함께 실천하려는 본보기인 것이다.
이 찬송을 함께 부르며 나라와 민족, 교회에 어떤 일꾼이 필요한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아울러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처럼 통일로 하나 된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김진상<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출처] - 국민일보
<저작권자ⓒ뉴서울타임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