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쉽고 행복하기만한 인생은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고난과 고통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광야에 홀로 서있을 때가 있다. 살다보면 고난과 고통이 우리 삶 구석구석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거듭난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어려움과 위기가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고난과 고통을 십자가라고 부른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3월 첫 주를 찬송가 144장 ‘예수 나를 위하여’로 열려고 한다. 동일 멜로디에 가사만 다른 ‘십자가로 가까이’(439장·그림)도 있다. 이 찬송가의 특징은 십자가를 극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것이다. 원곡 가사의 의미는 ‘십자가로 가까이’가 맞다. 144장 ‘예수 나를 위하여’라는 가사는 새문안교회 김인식 집사가 1905년에 더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시를 쓴 것이다. 보통의 노래는 지어진 시를 노래로 만든다. 그러나 이 찬송가를 작곡한 하워드 돈(1832∼1915)은 먼저 노래를 만들고 크로스비(1820∼1915)를 찾아가 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돈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크로스비는 곡 분위기에 맞는 시를 순식간에 써내려갔고, 노래와 시가 잘 맞는 최고의 찬송가가 탄생한 것이다.
음악인은 선율로, 화가는 그림으로, 목회자는 감동을 주는 설교로, 문인은 글로 마음속 생각을 담아낸다. 이렇듯 영감은 고귀하다. ‘예수 나를 위하여’란 찬송이 우리의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 마음을 움직인 이유도 이런 영감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곡의 원제는 ‘Jesus, keep me near the Cross(예수님, 십자가 가까이 날 간직하소서)’다. 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의 고초를 당하셨나’라는 가사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피 흘리신 보혈은 갈보리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영원한 샘이고 위로다. 치유와 회복시켜 주심을 십자가를 통해 알게 해준다. 세상의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십자가로 가까이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든든히 설 수 있다. 그런 의미를 되살려 찬송가를 불러보자.
교회 관리집사의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27세에 대학에 진학해 밤에는 아파트 경비로 일하며 공부했다. 너무 가난해 꿈을 갖는 것조차 버겁고 힘들었던 시절, 하나님은 성악가라는 꿈을 꾸게 하셨고 미국 유학의 길도 열어주셨다. 지금은 성악가로, 교수로, 작곡가로, 무엇보다 간증자로 세워 주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작은 나’를 사용하고 계신다. 때론 넘어지고 아픔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넘어짐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바로 주님 앞에, 십자가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비우고 기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고난의 십자가 무게는 똑같다. 그것을 어떤 사람은 불평과 원망으로 점점 더 무거워짐을 보게 되고, 다른 사람은 감사와 은혜의 기회로 십자가를 통해 겸손히 살아감을 보게 된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십자가를 디딤돌로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
김진상<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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