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집에 꽃을 심으면 꽃향기가 온 동네에 퍼지는 것처럼 찬송은 나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모든 이들에게 행복의 향기를 퍼뜨리며 힐링을 선물한다. 이처럼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찬송에 작곡자와 작사가의 직간접적 삶의 체험, 간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기독인들에게 친숙한 찬송가 ‘나 주의 도움 받고자’는 엘리자 해밀턴이 작사, 아이라 생키(1840~1908)가 작곡을 했다. 해밀턴은 한 소녀의 간증을 듣고 찬송시를 지었다. 부흥집회에 우연히 참석한 소녀는 복음을 접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집회 참석 후 자기 교회로 돌아가 목사님에게 올바로 예수님을 믿고 생활하고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목사님은 초신자였던 소녀와 간절히 기도한 후 주기도문과 간략한 기도문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소녀는 이렇게 스스로 기도를 드렸다. “주 예수님 이곳으로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모습 이대로 받아주세요.” 소녀의 기도를 토대로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찬송시가 탄생한 것이다.
1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신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내용이다. 2절은 원죄와 자범죄(自犯罪)로 인해 구원 받지 못할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3절은 예수님을 믿고 제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지만 늘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4절은 우리 모든 성도들의 고백이다. “주님 서신 발 앞에 나 꿇어 엎드립니다.”
곡의 멜로디는 잔잔하면서 순차적으로 나아간다. 음정과 리듬이 단순하고 부드럽다. 리듬과 멜로디의 진행이 2~4마디 단위로 반복되면서 점차 높아지다가 같은 방법으로 하행 진행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님의 크신 역사를 이루는 도구로 ‘감히’ 나를 들어 사용해달라는 간절한 소망과 고백이 이 같은 멜로디를 통해 잘 드러난다.
힘들었던 유학생 시절, 교회에서 특송으로 이 찬송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성악 공부를 시작한 것이 나의 달란트를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자했던 초심이었다. 찬송을 부르면서 그 마음을 되새기는 체험을 하게 됐다. 특송이 끝난 후 내가 지휘자로 있던 성가대원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그들도 대부분 힘든 유학생들이었는데 늘 불러왔던 이 찬송을 통해 초심을 되찾으며 힐링이 됐다고,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로는 성가연습 때마다 이 찬송을 불렀다. 지금도 세상의 명예를 쫓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이 찬송을 조용히 부르며 주님께 온전히 나 자신을 드리는 기도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찬송은 일생동안 하나님이 주시는 힐링의 에너지와 같다. 때로는 30분의 장황한 설교나 강연을 듣는 것보다 찬송 한 곡을 부르는 게 더 큰 은혜와 감동을 안겨준다. 이렇게 찬송가를 묵상하고 부르면서 사는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와도 기쁨과 승리로 행진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름다운 찬송가들이 온 세상에 가득 울려 퍼지길 기도드린다.
약력=△미국 뉴잉글랜드 음악대학원 △‘눈으로는 볼 수가 없고’ ‘동행’ 작곡 △청라 엘림아트센터 자문위원 △KLP콘텐츠허브 지도위원 △백석예술대 교수 △성악가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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