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지난 1일 오전 11시 경북 의성군 철파교회(추성환 목사) 예배당엔 어린이 20여명이 북적였다. 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 매월 한 차례 열리는 ‘온 가족 예배’에 참여한 것. 어린이들은 어른 찬양대원들과 함께 ‘내 삶의 전부되신 주님께’를 찬양했다. 교회에 천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어르신 성도들도 연신 미소를 지은 채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추성환 목사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예배를 드리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며 “다소 소란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지만 성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은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말 현재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평균연령이 55.6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또 고령자(65세 이상) 비율(2017년 말 현재)은 37.9% 달해 전남 고흥군(38.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철파교회 역시 마을 주민 대다수가 고령 인구로 구성된 전형적인 농촌교회다. 철파리를 비롯해 주변에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매우 적다. 주일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철파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주일학교 부흥이 교회 부흥과 직결된다는 추 목사의 목회 철학 때문이다.
5년 전 이 교회로 부임한 그는 여름성경학교를 열어 동네 어린이와 청소년을 초청했다. 또 읍내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교회 부교역자와 협력해 센터 아동이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교회에 올 것을 권했다.
이와 함께 교회 앞마당엔 트램펄린과 해먹, 농구대가 설치된 놀이터를 조성해 동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제공했다. 현재 교회학교 학생 수는 이전의 배 규모인 40여명으로 늘었다. 다음세대를 향한 시골교회의 분투가 값진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농촌교회의 고질적 문제인 재정·인력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현재 철파교회의 재정 70∼80%는 40대 장로 3명의 헌신으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회 박상희(44) 장로는 “아마 국내 최연소 장로가 아닐까 싶다”며 “대구 인근에 살지만 고향 교회인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젊은 교인의 경우엔 인근 지역인 안동이나 대구에서 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타향살이하는 성도들이 고향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실질적 헌신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의성 안평면의 창길교회(장헌수 목사)도 다음세대 사역에 주력하는 농촌교회다. 7년 전만 해도 성도 대다수가 50∼80대였지만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에 공을 들이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주일학교가 생기면서 어린이·청소년 성도 30여명이 모였고 이들의 부모도 교회에 오면서 ‘3040’ 성도도 덩달아 늘었다. 현재 지역 초등학생 35명 가운데 25명(71.4%)이 창길교회에 다닌다.
다음세대를 위해 교회는 매년 자체적으로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하고 토요 방과후수업으로 미술과 요리교실을 운영해 왔다. 주일엔 주일학교 학생들을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불러 교사들과 마음껏 뛰어 노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장헌수 목사는 “‘어린이 한두 명이라도 주일학교는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주님께서 많은 어린이를 붙여주셨다”며 “교회 주일학교 이름이 ‘달리다꿈 학교’인데 지역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갖고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양민경 기자, 박재찬 기자 grieg@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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