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전 세계 정교회의 부활주일이 오는 8일이라고?”
지난 1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성령강림절을 기다리고 있는 교회와 교인들은 갸우뚱할 만한 얘기다. 하지만 정교회의 부활주일은 엄연히 8일이다.
정교회 부활주일이 일반 기독교계나 로마 가톨릭과 다른 것은 사용하는 달력 차이 때문이다.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율리우스력’을 사용한다. 반면 다른 기독교는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선포한 ‘그레고리력’을 쓴다. 이 차이로 인해 부활주일 날짜가 서로 다른 것이다. 부활절뿐 아니라 모든 교회 절기가 다르다.
율리우스력에 따르면 1년은 365.25일이다. 하지만 이는 태양년(太陽年)의 1년(365.24일)보다 매년 11분가량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128년마다 하루의 편차가 생긴다. 16세기엔 천문학적 춘분과 달력상 춘분 사이에 열흘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에 당시 교황인 그레고리우스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582년 ‘10월 4일’의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정한다는 칙령을 선포한 것이다. 천문학적 절기와 달력의 절기를 맞추기 위해 열흘을 건너뛰기로 결정한 것. 이렇게 만들어진 달력이 바로 그레고리력이다.
하지만 1054년 ‘동서교회 분열’로 로마 가톨릭에 앙금이 남아 있던 정교회는 로마 교황의 결정을 따르는 대신 기존의 율리우스력을 고수한다. 그 결과 4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회 절기의 날짜가 서로 달라진 것이다. 다만 부활주일이 같은 날 겹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부활주일이었던 4월 16일이 그랬다. 각기 다른 달력을 사용하는 교회의 부활주일이 한날 겹칠 수 있는 건 부활주일 자체가 고정돼 있지 않아서다.
부활절이 교회의 절기로 정해진 건 325년 니케아공의회 때였다. 당시 공의회에서는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참회와 금욕생활을 하도록 결정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기간이 사순절로 굳어졌다. 또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방법도 정했다. 바로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난 직후 주일을 부활주일로 결정한 것이었다. 부활주일이 매년 달라지는 것은 결국 보름이 음력으로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한주 늦은 부활주일을 지키는 한국정교회는 이날 전국 교회에서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성대한 예배와 축제를 연다.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예배를 드려온 정교회는 부활주일 하루 전날인 7일 밤 11시30분부터 당일 새벽 2시까지 예배를 드린다. 부활주일 당일 낮에도 드리는데, 축제 의미가 짙다.
지난해 부활주일 낮에도 한국의 민속공연과 야외 식사 등을 통해 교인들이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성당 박인곤 보제는 “정교회의 부활주일 낮 예배는 모두에게 개방된다”며 “한주 빨리 부활주일 예배를 드린 교인들도 성당을 방문해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초대 인사를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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