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그림책 한 권이 가진 힘을 믿습니다.’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만들어 보내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NGO) ‘북스인터내셔널’(북인)의 표어다. 제3세계 아동들이 저마다 한 권 이상의 그림책을 가진 세상을 꿈꾼다는 기독청년 이현정(33·여) 상임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북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북인은 현지 모국어가 적힌 그림책을 만들어 네팔 캄보디아 탄자니아 시리아 키르기스스탄 등 국가의 학령기 아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막 언어를 익히는 연령대의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는 동시에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일수록 교육·출판 환경이 열악하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 대표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대형 서점·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주문을 통해 손쉽게 그림책을 구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한 권 가지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북인은 2011년 활동을 시작해 최근까지 35개국에 35종 이상의 그림책 약 30만권을 보냈다. 책에는 학령기 아동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2015년 탄자니아에 전달된 ‘안녕, 바다’라는 그림책은 내륙에 살면서 한 번도 바다를 직접 본 적이 없는 현지 아동들에게 바다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배가 아픈 아이가 소금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바다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같은 해 시리아 난민캠프에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전달했다. 한눈에 알기 어려운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 어른과 아이 모두 유용하게 볼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분리수거를 강조한 ‘돌마의 꿈’(네팔·2014년), 양치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치또치또 치카치카’(네팔·2016년) 등의 그림책을 만들어 환경보전·보건교육에도 힘썼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세계시민교육전집 발간이다. 평화, 문화다양성, 난민문제 등을 주제로 담는다. 이 가운데는 이 대표가 난민 어린이를 위해 직접 쓴 그림책 ‘제시 아주머니의 마법 꿈가루’도 있다. 불안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난민 아이들에게 제시 아주머니가 꿈가루를 뿌리면 잠들면서 꿈을 꾸게 된다는 내용이다. 전쟁과 기아로 시달리는 아이들이 평화를 얻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꿈을 갖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북인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와 디자이너 대다수는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이슬람·불교 국가 등 타 종교에 배타적인 곳에 책을 배부할 때가 많아 기독교적 내용을 직접 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제작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며 “이웃을 사랑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제3세계 아이들 가슴속에 깊이 심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후원문의 booksinternational.net).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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