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21일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이 담겨 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논란이 됐던 토지공개념은 그 뿌리를 성경에 두고 있다.
헨리 조지가 말한 ‘가장 위대한 개혁’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사회개혁가 헨리 조지는 “토지 가치를 과세 대상으로 삼아서 (토지) 지대의 대부분을 징수할 수 있도록 무겁게 과세한 뒤 사회 전체를 위해 쓰는 것이 창조주의 분명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던 그는 토지공개념을 통한 개혁이야말로 미국의 노예제도 철폐나 프랑스혁명을 능가할 개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따르는 이들을 ‘조지스트’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고 대천덕 신부와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희년함께’와 ‘토지+자유연구소’로 나눠 활동 중이다.
이들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고 천명한 레위기 25장에서 근거를 찾는다. 가나안에 들어간 여호수와는 레위 지파를 뺀 각 지파에 땅을 나눠준다. 하나님이 주인인 토지를 거류민인 인간은 청지기로서 관리할 뿐이다.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이 땅을 팔 경우, 친척이 되사들이는 ‘근족 무르기’(리뎀션·Redemption)가 있었다. 성경은 친척이나 원주인이 되살 힘이 없더라도 희년이 되면 원주인에게 돌아가게 하는 ‘희년제도’를 담고 있다.
‘토지+자유연구소’의 남기업 소장은 22일 “토지 존재량은 고정돼 있고, 인간은 토지 없이 살 수 없으니 이 권리를 평등하게 누리게 한다는 것이 성경의 기본 정신”이라며 “예수님을 ‘다시 사들이는 사람’이란 뜻의 ‘리디머(Redeemer)’로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이 적잖았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는 “사회주의라는 비난 자체가 근거가 없다”며 “헨리 조지는 시장경제와 자유를 존중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였으며, 오히려 토지에 대해 절대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구약 예언자들이 맹렬히 질타하는 바알주의”라고 지적했다.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개념 수단 모색”
그러면 토지공개념을 현실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찬성하는 이들은 토지 보유세 강화와 토지 공공임대제를 양대 축으로 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김윤상 경북대 교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수단을 모색하면 된다”며 “토지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개편을 하면 토지 불로소득이 없어지므로 부동산 투기가 시장 친화적으로 해결되고, 토지로 인한 소득 불평등도 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경이 토지공개념은 강조하지만, 일반 재화나 노동의 산물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만큼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선 안 된다.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이들도 토지국유제와 같이 소유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 정도는 인정해주되 ‘지대’에 세금을 매기고 이를 공동체가 함께 쓰자는 것이다. 남 소장은 “이미 땅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제도 속에서 토지를 많이 소유한 이들을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매도해선 안 된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시장경제가 건강해지려면 이렇게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높은 임차료 때문에 점점 교회 건물을 쓰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토지공개념 논의는 한국교회와 결코 무관한 주제가 아니다. 과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교회 역시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토지공개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토지공개념 도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성경에는 금도 은도 하나님의 것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토지만 하나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문자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3500년 전 원시 농경시대의 제도를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유독 토지에만 적용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 김 교수는 “토지를 가치 기준이 아니라 면적 기준으로 산지까지 포함해서 조사한 탓에 토지 집중이 편중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 한국은 세계적으로 토지 분배가 평등하게 된 편”이라며 “청년세대의 신혼집 문제 등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용적률을 높이는 고밀도 개발 등의 방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신상목 구자창 기자 nara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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